토요타, 개발 중심축을 중국으로 옮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토요타가 최근 전기차 및 핵심 내연기관 모델의 개발 거점을 중국으로 본격 이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현지화 차원을 넘어, 전략의 핵심을 중국 시장에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토요타는 이미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기술 센터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배터리, 차량 내 전자장비 등 미래차 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일본 본사 중심의 전통적 개발 체계를 전환하는 상징적 행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가장 빠르게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자동차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현지화된 모델뿐 아니라, 글로벌 전략차량도 중국 내 연구개발 조직에서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화웨이·샤오미·홍치와의 협력 확대
토요타는 중국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IT 및 전장 기술의 대표주자인 화웨이와 샤오미, 그리고 국영 고급차 브랜드인 홍치가 있다.
화웨이와는 차량용 통신 칩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며, 샤오미와는 전기차 운영체제와 OTA 업데이트 플랫폼 공동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홍치와의 협력은 고급 전기 세단의 공동 플랫폼 개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토요타는 중국 시장에 맞춤형 전기차를 빠르게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부품 구매 관계를 넘어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수준으로, 토요타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중국 맞춤형 모델 개발 본격화
현재 토요타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맞춘 전용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공간 활용성, 디자인 감성, 스마트 기능 등 중국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요소를 강화한 모델이 다수 기획 중이다. 예컨대 ‘BZ’ 시리즈의 후속 전기차는 중국 현지 디자이너가 주도하고 있으며, 전장 플랫폼도 CATL 등 현지 배터리업체와 공동 개발 중이다.
또한 중형 SUV, 7인승 패밀리카 등 중국 내에서 인기 있는 차급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들 모델은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토요타의 생존 전략, ‘중국 현지화’로 가속
토요타가 이처럼 중국 내 협업과 개발 중심 이전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BYD, 샤오미, 지리, 체리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면서, 외국계 브랜드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토요타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내 판매량이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3%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요타는 단순히 일본에서 만든 차를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적극 지원… 기술 공유로 이어질까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정부 역시 토요타의 이 같은 전략적 전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지 개발 확대에 따른 고용 창출, 기술 이전, 친환경차 보급 촉진 등의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토요타가 중국과의 기술 공유 범위를 더욱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보호무역’ 대신 ‘상호 협력’을 택한 전략으로, 토요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포함한 다른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
토요타의 중국 전략은 단지 현지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 중국 현지 개발 모델은 한국, 동남아, 남미 시장에도 수출될 예정이며, 플랫폼·배터리·소프트웨어 등 많은 부품이 중국에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부품업계나 유통망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일본 본사의 설계 기준을 따르던 국내 토요타 판매 라인업도 점차 중국 주도의 라인업으로 전환될 수 있어, 소비자 선호나 차량 품질에 대한 판단 기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결론: ‘변해야 산다’는 토요타의 선택
토요타의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일환이다. ‘세계 표준’이었던 일본 본사 주도의 개발 시스템은 이제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중국 내 기술, 생산, 소비 트렌드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는 기업만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토요타는 깨달은 것이다. 지금의 행보는 단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대응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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