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상전에서 자주포는 여전히 전장의 신이라 불릴 만큼 핵심적인 화력 지원 수단이다. 기동력과 화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자주포는 전술적 유연성과 지속 타격 능력을 보장하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공개된 글로벌파이어파워 2025 자료를 통해 세계 주요국의 자주포 보유 현황과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자. 각국의 자주포 전력은 단순한 수량 경쟁을 넘어 기술력과 운용 전략까지 복합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물량으로 장악한 세계 1·2위
러시아는 약 6,000대의 자주포를 보유하며 세계 1위의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한다. 2S19 므스타, 2S3 아카치야, 2S1 그보즈디카 같은 다양한 기종이 러시아 포병 전력을 구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형 2S35 코알리치야까지 전력화되고 있다. 소련 시절부터 포병 화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군사 교리가 이어져 내려오며, 대규모 포격전을 전술 핵심으로 삼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이 하루 수만 발의 포탄을 쏟아붓는 모습은 이런 사상의 실천적 모습이다. 중국은 약 4,000대의 자주포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PLZ-05, PLZ-45 같은 궤도형 자주포부터 PCL-181 차륜형 자주포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산 자주포 수출에도 공을 들이며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인도와 북한, 수량은 많지만 질적 차이는 뚜렷
인도는 약 2,800여 대의 자주포를 운용하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K9 자주포의 현지 생산형인 K9 바지라가 인도군의 신형 자주포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자국의 지형과 기후에 맞게 K9 바지라를 개량해 국산화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으며, 자체 방산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북한은 약 2,400대의 자주포를 보유하며 4위에 올라 있지만, 대부분이 2S1 그보즈디카, 2S3 아카치야 같은 1970~80년대 구형 모델이다. 최근 일부 M-2018 자주포 같은 신형 장비도 도입됐지만, 전반적인 화력 정밀도와 현대화 수준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북한 자주포 사정권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위협적 존재다.
한국, 세계 5위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
한국은 약 1,700대의 자주포를 운용하며 수량 면에서 세계 5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단순한 수량보다 주목할 점은 기술력과 수출 성과다. 한국군의 주력인 K9 썬더 자주포는 155mm 52구경장포를 장착해 최대 40km 이상을 타격할 수 있으며, 높은 연사 속도와 기동력을 겸비했다. K9은 현재까지 9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세계적으로 검증된 성능을 자랑한다.
튀르키예, 폴란드, 노르웨이,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도입되어 실전 경험을 쌓아가고 있으며, NATO 회원국들의 재평가 속에 수출 시장을 더욱 넓히고 있다. K9A2 등 개량형도 개발 중이며, K9의 대공화기 활용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미래 포병 체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는다.
서방 주요국, 질적 우위로 대응하는 독일·프랑스
독일은 약 400대의 자주포 보유로 수량은 적지만, PzH 2000 자주포의 뛰어난 성능으로 강력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주포는 155mm 52구경장포를 탑재하고, 분당 최대 10발 연사와 다발 동시 탄착(MRSI) 기능을 통해 목표 지역에 초집중 화력을 제공한다. PzH 2000은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NATO 동맹국으로도 수출되며 유럽의 표준 자주포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는 약 350대의 자주포를 보유하며, 특히 CAESAR 차륜형 자주포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42km에 달하는 사거리, 빠른 전개·이탈 능력으로 전장 기동성과 생존성이 매우 높다. 프랑스는 차세대 자주포 개발도 추진하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기타 국가, 다른 접근법으로 경쟁
흥미롭게도 미국은 세계 최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자주포 수량은 11위권에 그친다. 이는 미군이 포병 화력보다는 공군과 정밀 타격 무기, 미사일 중심의 전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반면 튀르키예는 K9 기반 T-155 피르티나를 자국에서 생산하며 자주포 현대화를 이뤄냈다. 이탈리아는 독일 PzH 2000을 주력으로 삼으며 유럽 공동 방산 개발에 적극 참여 중이다.
이처럼 각국의 자주포 전력은 단순 수량이 아니라 운용 철학, 전략,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한국이 세계 5위 자주포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품질과 전략적 가치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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