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자국 해군력의 상징으로 내세운 5,000톤급 ‘최현급’ 유도탄 구축함은 단순히 덩치만 큰 배가 아니다. 무려 74기의 수직발사관, 127mm 대형 함포, 다양한 대공·대함 미사일, 근접방어무기(CIWS)까지 장착한 이 함정은 과잉 무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이 모든 무기가 상부 구조물에 집중 배치되면서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고속 기동 시 함정의 롤링과 피칭을 극단적으로 악화시켜 심각한 항해 불안을 초래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화력은 강하지만, 한 번의 폭풍우나 고속 회피 기동만으로 치명적 전복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2. 진수 후 불과 사흘 만에 실탄 사격, 준비 없는 무력 과시
보통 세계 주요 해군은 진수 후 수개월에 걸쳐 의장공사와 해상 시운전, 무장 탑재와 작전 평가를 진행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생략하고 진수 불과 3일 만에 실탄 사격을 강행했다. 이는 주변국과 자국민에게 즉각적 무력 시위를 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시험은 오히려 장비 결함과 함정 성능 부족을 노출시킬 위험이 크다.
실제로 당시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일부 미사일 발사가 불안정했고, 명중률도 검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무력 과시가 아니라 무모한 시도였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3. ‘김책함’ 전복 사고가 보여준 치명적 설계 결함
두 번째 건조된 ‘김책함’은 진수식에서 치명적 사고를 일으켰다. 미국식 진수 퍼포먼스를 흉내 내려던 북한은, 무장을 미리 장착한 상태에서 진수를 시도하다 결국 함정이 옆으로 기울며 전복됐다. 진수 도중 전복은 해군사에 거의 유례가 없는 사고로, 무게 배분과 설계 안정성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리 탑재한 무기와 센서, 전자 장비 상당수가 바닷물에 침수되어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북한 해군의 과시 중심 운용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4. 보여주기식 무장 전략, 전력화 실패로 이어지다
북한은 최현급 구축함을 통해 강력한 해군력을 과시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도한 무장과 설계 미숙, 무리한 운용 방식이 결합되며 전력화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복 사고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책임자 문책과 기술 점검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근본적 기술 부족을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이 구축함은 이제 실전 능력보다는 정치적 상징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형에 집착하기보다 체계적 기술 개발과 검증 절차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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