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값이 전고점을 뚫고 치솟고 있다. 대규모 복합 개발 호재에 더해 다수의 대기업 본사 이전이 확정되면서 핵심 업무 지구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면적 114㎡ 두개 타입은 올해 3월과 지난달 각각 20억1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마곡에서 20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가 체결된 사례는 2022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마곡엠밸리는 총 15단지, 1만1821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2014년 6월 준공된 7단지는 지하철 3개 역을 도보권에 이용 가능한 트리플 역세권으로 마곡엠밸리 대장 단지로 꼽힌다.
마곡엠밸리 내 다른 단지도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 5단지와 15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각각 14억2000만 원, 15억1000만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곡엠밸리2단지 동일 평형도 이달 12억6000만 원에 거래돼 전고점(12억9500만 원) 목전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이는 대규모 개발 호재가 가격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서구 일대는 마곡 지구를 중심으로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CJ공장 부지 개발 등 다수의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CJ공장 부지 개발은 일대 연면적 76만4382㎡ 규모의 오피스·상업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만 6조 원 규모다.
대기업 본사 이전도 늘고 있다. DL그룹은 연내 마곡지구 오피스빌딩 ‘원그로브’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DL이앤씨, DL건설을 비롯해 전 계열사가 같은 건물로 입주한다. 이를 통해 거점 일체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조직 협업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건설도 일부 사업부서를 마곡으로 옮긴다. 현재 외부 건물에 입주한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사업본부의 임대 계약 만료 시점(연말~내년 초)에 맞춰 롯데건설이 시공한 ‘르웨스트 시티타워’ 등으로 이사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흩어져 있던 사업 본부를 한곳에 모아 업무 효율성 높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 LG계열사인 디앤오의 공유오피스 ‘플래그원’, 바이오 기업 ‘인비트로스’ 등도 마곡지구로 이전을 확정했다.
일찌감치 마곡 지구에 새 둥지를 튼 기업도 다수다. LG그룹은 2018년 마곡지구에 그룹 연구개발(R&D)의 심장으로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를 설립해 8개 계열사를 이전했다. 이달 9일에는 LG그룹의 인공지능(AI) 핵심 기술 개발을 맡은 ‘LG AI연구원’ 본사도 마곡지구로 둥지를 옮겼다. 이랜드, 코오롱, 넥센타이어, 에쓰오일(S-OIL), 대한항공 여객사업부, 에어인천 등도 마곡지구 내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다.
전문가는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 떠오른 마곡 지구를 중심으로 강서구 일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계속된 개발 호재와 대기업 위주의 임차인 구성, 특정 산업으로 특화된 클러스트(연구개발, 바이오 등) 등이 마곡지구 미래가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판교에 버금가는 주거 선호 지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곡지구의 주거 비중은 16.2%에 그친다. 판교 25.5%, 분당 32.3%과 비교하면 주거시설이 가진 가치가 훨씬 높은 셈이다.
심 소장은 “마곡 배후세대가 1만2000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판교나 분당에 비해서도 희소하다”며 “향후 LG그룹 계열사, DL이앤씨 등 대기업 입주가 마무리되면 직주근접에 따른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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