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손과 발의 저림 증상은 흔하게 겪는 일이다. 손과 발, 혹은 팔과 다리가 눌리는 자세를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감각이 무뎌지거나 저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어딘가에 눌리지 않았는데도 감각이 무뎌지거나 저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손발의 무뎌지는 증상, 왜 그런 걸까?
신경계통의 구조 이해하기
‘저리다’라는 감각은 신경계의 소관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중추신경은 주요 줄기에 해당하는 뇌와 척수를 가리킨다. 감각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통제’하며 명령을 내리는 등의 역할을 한다.
그 외에 나머지, 신체 각 부위로 뻗어나간 신경은 모두 말초신경에 해당한다. 직접 명령을 내리지는 않고 ‘전달’ 역할을 주로 한다. 중추신경에서 내려온 명령을 신체 각 부위에 전달하거나,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처리될 수 있도록 중추신경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다. 중추신경이 중앙에 있는 관제센터라면 말초신경은 실제 일이 이루어지는 현장인 셈이다.
중추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치명적이다. 몸 전체에 명령을 내릴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반면,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해당 부위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심각할 수도 있지만, 중추신경에 비하면 대체로 덜한 편이다.
손이나 발이 이유없이 저리다면?
위 분류에 따르면 손과 발, 팔과 다리는 모두 말초신경의 영역이다. 따라서 각각의 부위에 발생하는 저린 감각은 대개 말초신경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사람에 따라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도 하고, 뇌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중한 병과 연결지어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말초신경질환’인 경우가 많다. 뇌, 척수를 제외한 신체 모든 곳에는 말초신경이 분포해 있고, 감각이 저하되거나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말초신경질환’이라고 통틀어 부른다. 여기에 구체적인 증상과 원인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된 명칭이 붙는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김영도 교수는 “말초신경에 문제가 발생하면 감각 이상, 저린 증상,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저림, 시림, 화끈거림, 콕콕 쑤시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피가 잘 안 통하는 느낌, 마취된 것과 같은 둔한 감각 등의 증상도 여기에 포함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초신경이 해당 부위의 움직임(운동)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힘이 쭉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초신경질환, 왜 생기나?
손과 발이 저린 증상은 보통 ‘압박성 말초신경장애’다. 말초신경이 단단한 근막이나 인대를 통과하는 부위에 눌리거나, 뼈의 돌출된 부위를 지나는 부위가 눌리면서 발생한다. 혹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질환으로 인해 합병증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 압박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압박성 신경병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손목 터널 증후군’이다.
이외에 당뇨가 진행되며 생기는 ‘당뇨성 말초신경병증’이 있다. 당뇨로 인해 혈당 수치가 높게 유지되고, 이로 인해 신경 세포와 혈관에 손상이 발생하면서 신경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다방면으로 점검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특발성 말초신경질환’으로 진단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상당수 환자들이 특정되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초신경에는 감각 외에도 운동신경과 자율신경도 존재한다. 힘이 빠지거나 근육이 위축되는 것이 운동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며, 땀 분비나 소화불량, 어지럼증, 배뇨장애 등은 자율신경 이상으로 발생한다. 손과 발에 발생할 수 있는 자율신경 이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한증’을 들 수 있다.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말초신경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몇 가지로 압축하기가 어렵다. 별다른 이유 없이 감각이나 운동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우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증상을 전달하고 필요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큰 병이 아닐까 지레 겁먹고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겨버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만약 가족 중에 고혈압, 당뇨 등 대사이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별다르게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 경우에도, 나이가 들고 특정 습관이 누적됨에 따라 기존에 없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초신경질환은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며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특발성 질환이라도 마찬가지다. 김영도 교수는 “완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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