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025년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화려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외형 성장의 이면에는 전기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수익성 악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기아 EV3 (Kia EV3 2025) [사진 = 기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5-0024/image-680763d7-6b85-458b-805b-b94cba7b2a88.png)
4월 25일 발표된 기아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28조 17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도매 기준 판매량도 77만 2,648대를 기록해 1.6%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2% 감소한 3조 86억 원에 그치며 이익률이 흔들렸다.
기아 측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와 환율 효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분기의 낮은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와 전기차 판매 믹스 변화가 수익성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V9과 같은 전기차 비중 증가가 오히려 수익성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돈은 벌었지만 남는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숨은 비용, 전기차 경쟁의 덫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가격과 인센티브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선두 주자인 테슬라는 2024년 말부터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펼쳤고, 이에 대응하듯 경쟁사들도 할인과 인센티브 확대에 나섰다. 기아 역시 EV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기아의 1분기 매출원가율은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78.3%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율 역시 11.0%로 소폭 상승하며, 고정비 부담이 여전히 무거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팔리는 차’였지만, 실속은 줄줄 새고 있었던 셈이다.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5-0024/image-60393b2b-0ad0-469d-b99c-e9e2dd6ad268.png)
SUV 강자도 EV 앞에선 고민
기아는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고수익 SUV 차종을 앞세워 높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실제로 기아는 2022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으로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두 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그러한 고수익 전략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SUV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EV 시대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EV9 등 전기차 모델이 판매 믹스에 들어오며 평균 이익률이 낮아진 점은 향후 수익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방증이다.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5-0024/image-dc85ca47-7359-4468-9b7d-2ce2e94b31da.png)
친환경차 판매는 ‘청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친환경차 소매 판매량은 총 17만 4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10만 4천 대, 전기차는 5만 6천 대로 각각 10.6%, 27.0% 증가하며 친환경차 비중이 전체의 23.1%까지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42.7%, 서유럽은 43.9%, 미국은 18.4%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지속적인 인기가 EV 전환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익성은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에 EV 가격 경쟁에서 발생한 수익성 하락을 일부 상쇄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5-0024/image-d43e499d-c153-4e22-94a8-2e85bf7e247d.png)
기아의 다음 수는?
기아는 향후 EV3, EV4, EV5 등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와 같은 전용 플랫폼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인도, 중남미, 아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과 유럽·북미 시장 맞춤형 생산 전략을 병행하면서 글로벌 판매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 축소, 경쟁 격화,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은 더욱 정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잘 팔리는 EV’를 넘어서, ‘잘 남는 EV’를 만들 수 있느냐가 기아의 향후 생존을 좌우할 핵심 관전 포인트다.
요약 정리
• 기아, 2025년 1분기 매출 28조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
• SUV·하이브리드 판매 호조에도 영업이익은 12.2% 감소
• 테슬라 등 EV 시장 가격 경쟁 심화로 인센티브 비용 증가
• 친환경차 전체 판매 비중 23% 돌파, 하이브리드 수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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