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신약 후보로 꼽히는 ‘엑소좀(exosome) 치료제’ 개발을 원활하게 해줄 분석법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엑소좀의 생물학적 특성을 유지한 채로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로써 엑소좀 치료제가 임상시험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엑소좀, 분석 방법의 부재
엑소좀은 ‘세포외 소포체(EVs)’의 일종이다. 세포에서 분비되는 나노 크기의 소포체로, 이중지질막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엑소좀은 EVs의 한 종류에 속하지만,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주로 EVs = 엑소좀으로 통용하는 경우도 많다.
엑소좀 기반 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로부터 분비되는 엑소좀을 분리, 정제해 개발하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다. 이는 치료제 및 진단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며, 약물 전달체로 개발하는 것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엑소좀의 크기는 작게는 30㎚에서 크게는 150㎚로, 미세먼지보다도 수십, 수백 배 작다. 이 때문에 기존의 분석 방법으로는 엑소좀의 생물학적 특성이 바뀌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생물학적 특성이 바뀌면 엑소좀의 기능이나 효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치료제의 효과 및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측정하는 분석법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조영우 박사, 노영욱 박사 연구팀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혜선 박사, 조미영 연구원 연구팀은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엑소좀의 정확한 ‘생체 내 분포평가’가 가능한 정량분석법을 개발했다.
생체 내 분포평가란, 신약의 임상시험 허가를 위한 시험 항목 중 하나다. 동물모델 등을 사용해, 생체 내에서의 이동, 분포, 잔존 여부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치료제의 표적 효과 정도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세포에서 엑소좀이 분비될 때 포함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 대상으로 설정했다. 사람 세포에서 나온 엑소좀을 동물에 투여한다면, 분석 대상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추출한 엑소좀을 설치류에 투여한 후, 모든 장기에 걸쳐 분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정량 PCR 방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다양한 세포에서 분리된 엑소좀이 각각 다른 양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엑소좀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로, 엑소좀의 분포를 평가할 수 있었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 가속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엑소좀 치료제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명확한 분석법’을 해결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 이로써 엑소좀 기반 치료제가 보다 쉽게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새로운 분석법은 엑소좀의 생물학적 특성을 건드리지 않은 채로 생체 내 분포 상태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엑소좀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치료제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물에 비해 면역 반응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체 내에서의 생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약물이 체내에서 오래 지속되며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약물 전달체 및 진단도구로서도 가능성
한편, 엑소좀은 치료제 뿐만 아니라 약물 전달체 및 질병 진단도구로서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명확한 분석 방법을 토대로, 치료제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엑소좀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엑소좀은 특정 암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소좀이 본래 세포 간 신호 전달 및 물질 운반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약물을 특정 목표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면역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엑소좀은 RNA, 단백질, 지질 등 생물학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진단도구로서의 가능성도 뚜렷한다. 이들 생물학적 정보는 특정 질병의 징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으므로, 엑소좀의 정보를 토대로 조기 진단 및 질병의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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