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그야말로 MBTI의 시대다. 한창 열기가 달아올랐던 시기에 비하면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소개에서 MBTI는 심심치 않게 사용된다. 다들 알다시피,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전통적으로’ 누군가의 성격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A, B, O, AB로 나뉘는 혈액형 성격 이론이다. 그리고 그 못지 않게 자주 쓰이는 것이 12지에 기반한 ‘띠’ 성격 이론, 그리고 생일에 따라 나뉘는 별자리 성격 이론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 누군가는 이를 진지하게 믿기도 한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한 ‘성격 이론’이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성격 이론, 체계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가장 최근 유행하는 MBTI의 경우 학술적인 이론을 근거로 한다. MBTI의 정식 명칭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칼 융의 심리 유형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사고와 감정, 감각과 직관, 판단과 인식이라는 네 가지 범주에서 각각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이쯤에서 ‘성격의 정의’를 한 번 되짚어본다. 성격이란, 개인의 행동, 감정, 사고방식, 태도 등에서 나타나는 어떤 일관된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등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그 가운데 공통된 특성이 드러날 수 있다. 그것을 가리켜 ‘성격’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MBTI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분류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100%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 자체가 100%로 맞아떨어지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한편, 혈액형이나 띠, 별자리에 따른 이론은 그야말로 ‘흥미’에 가깝다. 물론,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딘가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그 뿌리가 되는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명확한 근거가 없는 분류법들이다.
실제로 사주풀이나 점성술의 경우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띠와 별자리는 그것에서 극히 일부분만 가져와 사용되고 있는 탓에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저 흥미로만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성격 분류, 왜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 분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심리 테스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마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은 흥미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성격 분류를 좋아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공존하지만,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첫 번째는 ‘분류 열망’이다. 인간은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체계화된 조직이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모임일 수도 있지만, 단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무형의 집단일 수도 있다. 압축해서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심리지만, 이를 통해 인간은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자기 탐구’다. 사람들은 흔히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때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떤 특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특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놀라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객관화’라 할 수 있는 ‘메타 인지’ 개념이 각광받게 된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다.
한편, 자기 탐구는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이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볼 수 있다. 간단한 성격 테스트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때때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만들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격, 과학적으로 검증된 요소들
실제로 인간의 성격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검증을 거쳐 추려낸 성격의 세부 요인도 존재한다.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연구된 성격 이론 중 하나인 ‘빅 파이브 성격 이론(Five Factor Model)’이 대표적인 예다.
빅 파이브 성격 이론에서는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의 다섯 가지 항목을 토대로 성격을 분석한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를 통해 검증됐고, 대규모 샘플을 기반으로 타당성과 신뢰성도 충분히 입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맥락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기 떄문에, 여러 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류법이다.
단순히 흥미로서 성격 분류를 접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진지하게 개인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와 같은 검증된 방법을 참조할 것을 추천한다. 이는 이야기의 창작 등을 위해 캐릭터를 설정하고자 할 때도 유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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