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로봇 전사, 우크라이나에 실전 배치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3년째 장기화되며, 전장은 이제 단순한 무력 충돌의 공간을 넘어 차세대 무기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전투 로봇을 실전에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래전’의 실체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모양새다.
이번에 주목받는 장비는 ‘드로이드 TW 12.7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 이하 UGV)이다. SF 영화 속에서나 보던 형태의 이 전투 로봇은 실제로 기관총과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으며,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전투병과 함께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관총과 열화상으로 무장한 드로이드 TW 12.7
‘드로이드 TW 12.7’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2.7㎜ 브라우닝 중기관총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NATO 기준으로 강력한 제압력을 가진 화기로, 중장비 및 경장갑 차량까지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전투 로봇의 하부는 무한궤도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진흙, 눈, 자갈지대 등 다양한 지형에서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휠 방식보다 험지에서의 활용도가 월등히 높은 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드로이드는 첨단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주·야간 모두 작전 수행이 가능하며, 주간에는 최대 1.5km, 야간에는 1km까지 표적 탐지가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인간 병사에 비해 훨씬 긴 탐지거리이며, 감지 오차율 또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시간 통신 체계와 원격조종의 결합
이 무인지상차량은 단순히 화력과 기동성만 갖춘 것이 아니다. 스타링크 위성통신과 LTE 망을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 통신 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원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조종은 태블릿을 통해 이루어지며, 다중 디스플레이 모드를 통해 사수는 열화상, 광학, 맵뷰 등 다양한 시야를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투 상황에서 사각지대가 크게 줄어들며, 고립된 지역에서도 전술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통해 병력 손실 없이 최전선의 화력을 유지하고, 정찰 및 방어 임무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전술 전개가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투 로봇 부대 창설과 확장 가능성
지난 2월,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특수 로봇 부대’를 공식 창설하고, 총기로 무장한 여러 대의 UGV를 공개했다.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은 이 부대의 창설에 대해 “가장 위험한 임무를 로봇이 대신 수행함으로써 병사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UGV는 단순히 전투뿐 아니라 방어, 보급, 사상자 수송, 지뢰 설치 및 제거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다기능성은 특히 병력 충원이 어려운 우크라이나의 현실에 큰 해답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으며, 드로이드 TW 12.7과 같은 로봇 병기의 실전 투입은 이 공백을 부분적으로나마 메워줄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킬러 로봇 논란, 미래 전쟁의 윤리적 경계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언제까지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전투 로봇의 자율화가 심화되면, 인간의 판단 없이 스스로 생사를 결정짓는 ‘킬러 로봇’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드로이드 TW 12.7은 원격조종 방식이지만, AI 기반 자율 타격 기능이 향후 탑재될 경우 윤리적, 국제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자율 무기 금지 협약’의 필요성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AI 무기의 인간 통제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로봇 전력 강화는 지금으로선 절박한 현실 대응책이지만, 향후 전 세계 군사 기술 발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자율성과 치명성을 모두 갖춘 무기가 범람하는 시대, 인류는 ‘효율성’과 ‘윤리’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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