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을 키워 먹이로 삼는 신종 바다거미가 심해에서 발견됐다. 메탄을 먹는 세균들을 길러내 섭취하는 신종 거미들의 독자적인 심해 생존전략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옥시덴탈칼리지 미생물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심해에 서식하는 신종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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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을 키워 먹이로 삼는 신종 바다거미가 심해에서 발견됐다. 메탄을 먹는 세균들을 길러내 섭취하는 신종 거미들의 독자적인 심해 생존전략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옥시덴탈칼리지 미생물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심해에 서식하는 신종 바다거미 3종을 소개했다. 각 거미는 태평양 연안 심해의 메탄 용출 지역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생존하고 있다.
강력한 온실효과를 갖는 메탄은 인류의 골칫거리지만 캄캄한 해저에 사는 작은 생물에게는 생명의 양식이다. 미국 서해안 앞바다 심해의 생태계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몸 표면에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세균을 번식시켜 그것을 직접 먹는 거미들에 주목했다.
세리코수라속 바다거미. 미국 서해안 연안 심해에 서식하는 신종으로 확인됐다.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조사에 참여한 샤나 고프레디 교수는 “바다거미는 바다에 서식하는 절지동물의 한 그룹으로 작은 몸집과 긴 다리가 지상의 거미를 닮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생물”이라며 “바다거미가 세균을 먹는 예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아 이번 조사 결과는 심해 생태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신종 바다거미 3종은 세리코수라속(Sericosura)의 동료로 몸길이 1㎝ 정도이며 몸은 거의 투명하다. 이들이 사는 곳은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둠에 휩싸인 심해다. 보통 바다거미라면 있어야 할 먹잇감에서 체액을 빨아먹는 송곳니 같은 기관이 없다.
샤나 교수는 “대체 이 거미들이 뭘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며 “정밀 조사 결과 몸에 빽빽하게 붙은 세균이 검출됐다. 이 세균은 해저에서 솟아나는 메탄과 산소를 먹어 당이나 지방을 만들어 내는 메탄영양체(methanotrophs)”라고 전했다.
신종 바다거미들은 몸의 표면에 메탄을 먹이로 하는 세균을 부착하고 양식한다.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이어 “신종 바다거미는 자신의 몸 위에서 키운 세균을 먹으며 에너지원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즉 이 거미들은 스스로의 몸 위에 세균을 양식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종 바다거미는 번식 방법도 매우 특이하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내장의 대부분은 긴 다리 속까지 파고들어 있다. 이는 생식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신종 바다거미들은 짝짓기를 마친 암컷이 다리 안쪽에 알 수백 개를 내뿜는다. 수컷은 이를 모아 알주머니 역할을 하는 자신의 다리에 마치 팔찌처럼 감아 보호한다. 알이 부화해 새끼가 태어나면 수컷의 몸 표면에 붙은 세균을 새로운 영양원으로 공급한다.
암컷이 낳은 알을 알주머니처럼 뭉쳐 다리에 감아 보호하는 신종 바다거미의 수컷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샤나 교수는 “메탄을 적극 이용하는 신종 바다거미는 인간이 배울 점이 많다”며 “이 거미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메탄의 일부를 심해에서 포집해 대기 중에 방출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심해는 인간들의 세계와 아득히 먼 곳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모든 생물은 연결돼 산다”며 “비록 작지만, 이러한 바다거미는 그 환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바다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이런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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