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히 무리한 것도 없었고, 찬바람을 쐬거나 턱관절을 크게 움직인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터인가 뺨 옆이 찌리릿하게 저려오고 통증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신경통, 혹은 턱관절 질환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생각보다 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침샘암 환자들 중 일부는 초기 증상을 삼차신경통이나 근육통으로 오인한 사례가 많고, 정작 진단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서야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귀밑, 턱 아래, 뺨 주변의 통증과 압통, 국소 마비감은 침샘암의 조기 징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증상이 매우 일상적인 질환과 구분이 어렵다는 데 있다.

1. 통증보다 ‘이상감각’이 먼저 온다
침샘암은 대부분 서서히 자라며, 초기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 환자들은 처음에 무감각, 간헐적인 전기 자극 느낌, 또는 부드러운 저림을 호소한다. 특히 귀밑샘(이하선) 부위에 생긴 암은 얼굴의 감각신경과 밀접한 위치에 있어, 전형적인 신경통과 비슷한 양상의 증상을 유발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신경통은 대개 특정 자세나 움직임에 의해 악화되거나, 일정 시간 후 사라지는 반면, 침샘암에 의한 이상감각은 점점 더 빈도가 짧아지고, 강도는 약간씩 증가한다. 이 감각은 쉽게 진통제로 완화되지 않으며, 단순 염증 반응과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 즉, 지속적이지만 애매한 불편함이 몇 주간 반복된다면 단순 신경통으로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2. 입 주변의 ‘비대칭’이 서서히 나타난다
침샘암이 신경을 압박하거나 침범하는 경우, 안면 근육의 움직임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음식을 씹을 때 턱이 어색하게 움직이거나, 거울을 봤을 때 입꼬리나 눈 아래가 비대칭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조기 신경 침범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단순한 피로, 안면 마비(벨 마비), 또는 턱관절 장애로 오인되기 쉽지만, 주된 차이는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벨 마비처럼 갑자기 마비가 오지는 않으며,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미묘한 비대칭이 고착화된다. 특히 이런 변화가 감각 이상과 동시에 나타난다면 반드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3. 뺨, 턱, 귀밑 부위의 ‘단단한 혹’은 주의
초기 침샘암에서 자주 관찰되는 또 다른 특징은, 작고 단단한 덩어리가 서서히 만져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림프절 비대나 침샘염은 누르면 통증이 있고, 며칠 내에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침샘암에서 나타나는 혹은 통증이 거의 없고, 만졌을 때 단단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덩어리는 종종 미용적인 이유로만 관심을 받으며, 오랜 기간 방치된다. 하지만 침샘 내에 위치한 악성종양은 외부로 돌출되기 전까지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 없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크기가 1~2cm 이상이면서 한 달 이상 변화가 없거나 점차 커진다면, 조직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4. 귀 주변에 통증이 없는데 ‘청각 이상’이 동반된다면?
귀밑에 존재하는 이하선에 침샘암이 발생할 경우, 종양이 귀의 기능과 관련된 청각신경이나 귓속골 주변 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 없이도 이명, 청력 저하, 귀가 먹먹한 느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중이염이나 스트레스성 이명으로 오인되지만, 염증 반응 없이 발생하는 청각 이상은 암성 병변을 시사할 수 있다. 특히 귀 통증은 없는데, 음이 이상하게 들리거나, 한쪽 귀만 막힌 듯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단순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넘기지 않고, 턱·침샘 부위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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