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진출 본격화…K-방산, 글로벌 전략 전환의 중심에 서다
국내 방산업계가 ‘K-방산 수출 르네상스 2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재편에 나선 유럽연합(EU)의 대규모 재무장 기조(REARM Europe Plan)와 맞물려, 한국은 방산 수출 전략의 중심축을 유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EU는 최소 8000억 유로(약 1267조 원)를 투입해 역내 무장 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 중 500조 원 이상의 수출 기회가 K-방산에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화가 해법’…EU의 방산 블록화, 현장 공장으로 돌파
유럽은 최근 ‘Buy European(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35년까지 역내 조달 비중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며, 한국과 같은 비EU 국가에는 사실상의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
한국 방산기업들은 이에 맞서 유럽 현지 생산법인·합작회사·조립 공장 설립 등 전진기지 구축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는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공급망 내재화와 기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동반 성장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 거점 다변화…폴란드·루마니아 생산 착수
- 폴란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 출자 비율은 한화 51%, WB일렉트로닉스 49%로, 사거리 80km급 유도탄을 현지 생산해 폴란드 공급은 물론 유럽 전역 수출도 병행할 예정이다.
- 루마니아: 루마니아에는 독자적인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차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2024년 말 착공, 2027년 완공 예정이며, K-방산의 동유럽 생산허브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현대로템, K2PL 중심 현지화 확대…3차·4차 계약도 대비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PGZ와 K2PL 전차 공동생산 협력을 지속 중이다. 2022년 1차 180대 계약에 이어, 이번 2차 계약(9조 원 규모, 180대)은 이달 말 체결이 유력하다.
2차 계약분 중 110대는 국내에서 생산되며, 70대는 폴란드 현지 생산으로 전환된다. 향후 기술이전 확대, 현지 인프라 구축, 공동개발 등을 포함한 3·4차 계약도 준비 중이다. 이는 한국산 전차가 유럽형 전차 표준화 후보군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KAI·LIG넥스원도 가세…FA-50, 미사일도 유럽 현지화 착수
- KAI는 폴란드에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부품 현지 생산·조립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다. MRO(정비) 센터 설립도 병행해 가동률과 운영비 절감에 기여할 예정이다.
- LIG넥스원은 루마니아 국영기업 롬암과 대공 미사일 현지 개발 및 생산 협력 MOU를 체결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등 첨단 방공무기 분야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방산 2기 핵심은 유럽화”…정책·생산·R&D 일체화된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K-방산이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동맹화-공동개발화’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EU의 ‘방산 블록화’는 리스크이자 동시에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 현지 생산, 기술공유, 공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유럽 내 K-방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EU가 도입을 추진 중인 각종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패키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방산은 이제 글로벌 수출산업에서 유럽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 무기 제조국을 넘어, 유럽의 재무장 과정 속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르네상스 2기’는 무기가 아닌 신뢰, 시간, 파트너십이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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