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구리 한 마리. 두 앞발을 살짝 들고, 조심스럽게 긴장을 풀지 않은 자세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앞엔 한 사람이 서서 너구리를 향해 손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는 제스처를 보입니다. 마치 “한 바퀴 돌아볼래?”라고 조용히 요청하는 듯한 동작.

그러자 너구리는 망설이듯 천천히 몸을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둥글게 말린 몸이 빙글, 정직하게 한 바퀴를 돕니다. 그 모습은 서툴지만 너무나 성실해서,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죠.

사람은 한 번 더, 그리고 또 한 번 손을 빕니다. 두 번째 회전까지는 느리지만 안정적인 자세. 하지만 세 번째 회전쯤에 이르자, 너구리의 몸짓이 살짝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던 너구리는 결국 푹— 하고 옆으로 쓰러집니다. 별다른 연기 없이, 마치 “됐어, 나 이제 안 해…”라는 듯한 항의처럼 보이죠.
이 장면에 레딧 유저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사용자는 “저건 진짜 연기상 감이야. 저 낙법, 일부러야!”라고 말했죠. 또 다른 이는 “3바퀴 이상은 무리라는 생물학적 진실을 알아간다”고 유쾌하게 덧붙였습니다.

웃음을 주는 너구리의 어색한 몸짓과, 사람의 가벼운 장난이 만든 이 조용한 희극. 하지만 이 장면 속엔 단순한 웃음만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도 이 너구리처럼 무리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남의 기대나 분위기에 맞추느라 원치 않는 회전을 몇 번이고 거듭하다가, 결국은 “그만”하고 쓰러지고 싶어지는 순간. 그런 순간이 있다면, 우리도 때때로 이 너구리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멈춤”을 선택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한 바퀴는 도전, 두 바퀴는 수용, 세 바퀴째는 선택. 그리고 네 바퀴째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귀여운 너구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작은 ‘한계점’도 소중하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은 몇 바퀴째를 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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