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ICBM 개발 의혹 본격화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6월 25일(현지시간) 보도한 미 정보기관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지난 4월 인도의 공습 이후 미국 본토를 사거리 안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밀리에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남아시아 핵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게임 체인저’로 받아들여진다.

추정 사양과 핵탄두 적재 가능성
미 정보당국은 파키스탄이 3단(段) 고체연료 추진체를 탑재한 신형 ICBM을 개발 중이며, 탄두 중량 500kg급 핵탄두를 최대 12,000~13,000km까지 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프로젝트 코드명은 ‘샤힌‑IV(가칭)’ 혹은 ‘아바벨‑II’로 불리며, 다탄두 독립재돌입체(MIRV) 기술을 도입해 최대 3~5개의 소형 핵탄두를 분산 투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파키스탄이 2017년 시험한 MIRV 탄도미사일 ‘아바벨(2,200km)’의 기술적 연장선으로 보인다.

美 정보기관 “본토 타격 거리” 우려
미국 국방정보국(DIA)·국가정보국(ODNI)은 “파키스탄이 핵탄두 탑재 ICBM을 실전화하는 주된 목적은 미국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려는 의도라기보다, 인·파 충돌 시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려는 ‘안보 보험(Security Insurance)’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거리가 미 본토에 도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은 파키스탄을 잠재적 핵위협 국가로 재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핵 균형·인도와의 갈등이 배경
파키스탄은 그동안 자국 핵 프로그램을 ‘인도 억제력’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테러(26명 사망)와 인도의 보복 공습(5월 7~10일)이 기존 핵 균형을 동요시켰다. 인도는 이미 사거리 5,500km 이상의 ‘아그니‑V’를 실전 배치했으며, 2023년부터는 8,000km급 ‘아그니‑VI’ 개발을 공표한 상태다. 파키스탄의 ICBM 추진은 이러한 인도 측 장거리 미사일 전력 강화에 대한 대응 계산으로 읽힌다.

지역 안보·비확산 체제 흔들리나
현재 ICBM을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인도·이스라엘·북한 등 8개국이다. 파키스탄이 ICBM 능력을 보유하면, 비(非)NPT 체제의 두 핵보유국(파키스탄·인도) 모두가 대륙간 사거리 미사일을 갖추게 된다. 이는 남아시아 핵균형을 넘어 글로벌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국제사회 압박과 대응 시나리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파키스탄이 ICBM을 공식 시험할 경우, 대(對)파키스탄 군사·경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국제사회가 제재 강도를 높일수록 파키스탄은 중국·사우디에 대한 경제·군사 의존을 확대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조건부 투명성 강화’(비밀 시설 IAEA 사찰), ‘핵물질 생산 동결’ 등을 대화 조건으로 삼아 파키스탄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결국 ICBM 개발 의혹은 미·중 패권 경쟁과 남아시아 핵질서, 그리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 전반을 동시에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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