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에서 ‘실속형’으로…HDS-1500의 전략적 전환
한국이 자랑하는 ‘장보고-Ⅲ’ 잠수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1조 원이 넘는 높은 단가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신형 수출형 잠수함 HDS-1500은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한다. 중소 국방 예산국을 타깃으로, 장보고-Ⅲ보다 작고 단순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앞세운 ‘엔트리급 잠수함’이라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HDS-1500은 2025년 6월 콜롬비아 까르따헤나에서 열린 국제 해양 방산 전시회 ‘Colombiamar 2025’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행사에서 HD현대는 LIG넥스원과 공동 부스를 운영하며 해외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소개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장보고-Ⅲ’보다 절반 크기…작지만 강한 HDS-1500
HDS-1500은 이름 그대로 수중배수량 약 1500톤, 길이 65m, 폭 6.5m 규모의 소형 잠수함이다. 이는 장보고-Ⅲ Batch-Ⅱ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승조원 수도 25명으로, 장보고-Ⅲ(50명 내외)의 절반에 불과해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중소국에 적합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P(공기불요추진장치)를 과감히 제거했다는 것이다. AIP는 수중 잠항시간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지만, 복잡한 운용 인프라와 높은 기술 교육을 필요로 한다. HD현대는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해 수중 지속력과 효율성을 확보했다. 이는 일본과 한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채택하는 최신 기술로, 중량은 줄이고 효율은 높여 경제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범상어부터 백상어까지…모듈형 무장 플랫폼
HDS-1500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 기반의 전투 시스템이다. 구매 국가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무장을 유연하게 탑재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전시 현장에서 HDS-1500에 장착 가능한 주요 무장으로 범상어·백상어 중어뢰, 자항식 기만기, 복합 소나체계 등을 공개했다.
특히 장착 무장은 기존 Type 209 잠수함보다 우수한 탐지 성능과 정확도를 제공하며, 사용 국가의 전투 교리와 작전 환경에 따라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이는 다양한 국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높이며, 수출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Type 209 대체 수요 노린 ‘틈새시장 전략’
HDS-1500이 겨냥하는 주 타깃은 ‘노후 잠수함 교체 수요’다. 독일 TKMS의 Type 209 잠수함은 전 세계 13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도입 30년 이상이 지나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새로 잠수함을 도입하기에는 국방예산이 부족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HD현대는 이 점에 주목했다. 특히 남미 국가 중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은 과거 Type 209를 운용했던 국가들로, HDS-1500이 이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모듈형 무장 시스템은 낡은 Type 209 대비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인프라 부담이 적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실용성과 기술력의 결합…‘엔트리급’의 글로벌 도전
장보고-Ⅲ가 기술의 정점을 찍는 하이엔드 상품이라면, HDS-1500은 철저히 실전성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설계된 모델이다. HD현대는 이번 제품을 통해 K-방산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기존보다 폭넓은 국가들을 타깃으로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국제 잠수함 시장은 ‘고성능 대량 구매’보다는 ‘적정 성능 합리적 가격’의 수요가 더 크다”며 “HDS-1500은 이 수요를 정확히 꿰뚫은 전략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실질 계약 여부가 K-방산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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