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방 치료비 1조, 양방의 4배
차보험 손해율 83%까지 치솟아
“8주이상 치료 땐 7주내 자료 제출”
국토부, 자배법 개정안 입법예고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관련 시행 규칙 개정안에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 침해’라며 반발하는 의료계와 ‘과잉진료ㆍ의료쇼핑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보험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의 한방 치료비는 양방 치료비의 약 4배 수준이다.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가 집계한 경상환자 한방 치료비는 지난해 1조323억 원, 양방 치료비는 2725억 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한방(8.6%)이 양방(2.2%)보다 높았다. 1인당 치료비도 한방의 경우 약 102만 원으로, 양방 치료비(33만 원) 대비 세 배가 넘었다.
한방의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주된 원인은 불완전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이 지적되고 있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자동차보험료 상승이 이어지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 중 하나인 손해율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1∼5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8%(5개사 단순 평균 기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포인트(p)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가벼운 교통사고에도 장기치료를 받는 부정수급 관행을 깨기 위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고자 할 경우 사고 발생 후 7주 이내에 상해 정도와 치료 경과에 관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지급보증 중단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경미한 사고에도 몇 달씩 치료를 이어가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 문제가 반복되며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보험이 적자를 냈음에도 올해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업황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들의 재정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비로 인해 지출되는 보험금은 고객의 보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과잉진료를 방지하면 결국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환자의 치료 여부는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야 한다”며 “보험사의 자체 심사로 진료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지급보증을 중단하면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지급보증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피해자 측이 아닌 가해자 측 보험사라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고 보험사의 비용절감을 우선시한 졸속 행정”이라며 개정안의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한편 국토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7월 30일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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