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송곳니를 깎아 만든 정교한 선사시대 부메랑이 발굴됐다. 연대 측정 결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 4만 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2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폴란드 남부 오블라조바 동굴에서 나온 후기 구석기시대 매머드 송곳니 부메랑을 소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먼저 실렸다.
매머드 상아로 된 부메랑은 제작 연대가 약 4만2000년 전에서 약 3만9000년 전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이 쓰는 야구 배트 만한 약 70㎝ 길이로,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부메랑이다.
볼로냐대 고고학자 사라 탈라모 교수는 “해당 부메랑은 날려도 던진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는 유형의 것”이라며 “거리가 떨어진 짐승을 사냥하기 위한 도구로 보이며, 특별한 의식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블라조바 동굴은 폴란드 남부 석회암 절벽에 입을 벌리고 있는 고고학 명소”라며 “부메랑이 발견된 것은 40년 전이지만 당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서는 약 1만8000년 전의 것으로 생각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동원한 최근 조사에서 부메랑이 더 오래됐음을 알아냈다. 부메랑이 출토된 지층에서 발견된 동물의 뼈와 호모 사피엔스의 손가락뼈를 동원한 연구팀은 베이즈 모델링(Bayesian modeling) 기법을 이용, 통계 해석을 실시했다.
베이즈 모델링이란 관측 데이터와 사전 지식(가정)을 조합해 확률적으로 가장 타당한 결과나 추정치를 이끄는 통계 수법이다. 그 결과, 부메랑의 실제 연대는 4만2000~3만9000년 전인 후기 구석기시대에서 빙하기 이전의 것으로 판명됐다.
사라 탈라모 교수는 “부메랑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는 연마 흔적이나 V자형의 섬세한 칼자국이 남았다”며 “특히 구석기시대 인류가 의식적·상징적 행위로 사용한 붉은 안료의 흔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교수는 “부메랑은 단순한 사냥 도구가 아니라 의식적 혹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4만3000~2만6000년 전 유럽에서 확산된 오리냐크 문화(Aurignacian)는 조각이나 피리, 펜던트, 부메랑 등 현대인이 향유하는 장식품을 썼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무스티에 문화(Mousterian)부터 현생 인류의 오리냐크 문화의 흔적이 오블라조바 동굴에서 모두 나온 점에서 향후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라 탈라모 교수는 “부메랑은 호주 원주민의 것이 가장 유명하고, 1만 년 전 나무로 된 것이 현존한다”며 “유럽에서는 비슷한 용도의 사냥 도구는 출토됐지만 부메랑처럼 구부러진 형상의 무기는 상당히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른 유럽 지역의 선사시대 유적에서도 부메랑이 나왔지만 이번처럼 정성스럽게 가공된 것은 없었다”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인물과 함께 매장되거나 집단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성물로 취급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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