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제도의 야생 토마토 일부가 수백 년 전 버린 독을 다시 장착한 원인이 일부 규명됐다. 야생 동식물의 진화 되감기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R)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2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갈라파고스 제도의 화산섬에서 독소를 다시 만들어낸 야생 토마토의 생태를 소개했다.
이 희한한 야생 토마토는 연구팀이 지난해 6월 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1년에 분석 작업을 실시한 연구팀은 야생 토마토가 수백만 년 전 화학방어 기능을 부활시켜 현생종은 갖지 않는 유독성분을 만든 사실을 파악했다.

UCR 진화생물학자 애덤 조즈윅 연구원은 “원래 진화는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적응 과정을 일컫는데, 과거 잃어버린 특징이 같은 유전적 경로로 부활하는 진화의 역전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갈라파고스 제도의 야생 토마토에서 확인된 진화의 역전은 알칼로이드와 관련됐다”며 “알칼로이드는 식물이 합성하는 천연 화합물로 동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물질”이라고 덧붙였다.
갈라파고스 제도 내 30개 넘는 지점에서 토마토 샘플을 수집한 연구팀은 현생종과 달리 오래된 형태의 알칼로이드를 검출했다. 갈라파고스는 동물 포식자가 다른 지역보다 적지만, 토마토가 어떤 이유로 방어물질의 필요성을 자각했다는 의미다.

애덤 조즈윅 연구원은 “동쪽 섬들의 토마토는 현생종과 같은 무독성 알칼로이드를 생성했지만 서쪽 섬들의 토마토는 고대종 알칼로이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며 “주된 이유는 섬의 환경이라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쪽 섬들은 지질학적 역사가 오래됐고 토양이 발달해 영양분이 풍부하다. 식물과 동물의 다양성도 비교적 높아 안정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곳 토마토들은 현생종의 알칼로이드 만으로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서쪽 섬들은 비교적 새로운 화산섬으로 구성되며 토양이 미성숙하고 영양분이 부족하다. 생물 다양성도 낮고 토마토가 살아남기 힘든 조건이다. 이런 환경에서 토마토는 현생종 알칼로이드 만으로는 해충이나 미생물을 막기 어려웠다고 연구팀은 봤다.

애덤 조즈윅 연구원은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 것은 환경 그 자체이며, 고대의 알칼로이드가 가장 적합한 방어 수단으로 다시 선택됐을 것”이라며 “진화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현생종 토마토의 DNA에서 조상 토마토의 특징을 추정한 결과 서쪽 섬 작물의 특징과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알칼로이드 분자를 합성하는 토마토 효소 속의 아미노산을 단 4개 바꿔도 고대형 알칼로이드로 전환됐다”며 “우리 조사는 생물의 진화가 학자들의 생각 이상으로 유연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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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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