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연배우계의 장동건, 20년을 빛낸 팔색조 연기
박재현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20년 가까이 매주 다양한 배역을 맡아온 대표적인 재연배우다. 미남 역할을 주로 소화하며 ‘재연배우계의 장동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1000개가 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출연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은 그 시절보다 20kg이 불었다”며, 과거의 수식어에 대해 쑥스러워했다.

고된 촬영과 생활고, 그리고 배우로서의 자부심
‘서프라이즈’ 촬영 현장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물에 빠져 죽는 장면을 찍을 때는 무거운 추를 여러 개 매달고 5m 수영장 아래로 내려가야 했고,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다. 산소통을 나눠쓰던 감독이 먼저 위로 올라가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출연료는 많지 않았고, 정해진 수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재현은 “생활비 문제로 촬영을 다니며 혼자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돈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며 배우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재연배우의 한계와 현실, 그리고 은퇴의 결심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은 ‘재연배우’라는 타이틀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박재현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2018년 결혼 후 딸이 태어나자, 그는 가장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배우를 포기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딸이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었을 때 ‘너희 아빠는 재연 배우 아니냐’는 말을 듣지 않게 하고 싶었다”며, ‘서프라이즈’ 1000회까지만 하자는 각오로 촬영에 임했고 이후 하차했다.

은퇴 후의 현실, 그리고 가족을 위한 선택
배우를 그만둔 뒤 박재현은 일반 회사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적은 임금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던 시기였다. 그때마다 아내의 응원과 지지가 큰 힘이 됐다. 그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전하며, 가족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딸의 선천성 심장병, 아버지로서의 고통과 책임
박재현의 딸은 임신 5개월 차에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첫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최근에는 근육량이 부족해 수술을 미루게 되었고, 6개월 후 다시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될 때까지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딸은 1차 수술 후 트라우마로 인해 유령이 온다고 말하거나, 다른 곳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깨어있는 등 심리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박재현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아버지로서 깊은 고통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희망을 향한 도전
은퇴 후 박재현은 영상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서프라이즈’에서 함께 했던 배우 김하영과도 함께 일하며,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프라이즈’는 떠났지만, 여전히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진짜 인생,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오늘
박재현은 배우로서의 자부심, 아버지로서의 책임, 그리고 가족을 위한 새로운 도전까지, 진짜 인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딸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예인의 근황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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