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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도 평생 한 번 간다는 그 길 – 시코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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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불교의 뿌리를 걷는 여행, 시코쿠(四国)

일본 시코쿠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영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무려 1,200km에 이르는 순례길이 존재하며, ‘시코쿠 88사찰 순례(四国八十八箇所巡り)’로 불린다. 고보 대사(弘法大師, 쿠카이)라는 고승이 창시한 이 길은 88개의 사찰을 한 바퀴 돌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의 여정이다. 도보로는 40일 이상이 걸리지만, 일부만 택하거나 차량·버스를 이용해도 의미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종교를 떠나 조용한 사색과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여행이 된다.


2. 순례의 시작, 도쿠시마현(徳島県)에서 첫 발걸음

순례는 보통 제1번 사찰인 ‘류젠지(霊山寺)’에서 시작된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위치한 이 사찰은 하얀 순례복(白衣, 하쿠에)과 삿갓, 지팡이(杖)를 갖춘 순례자들이 하나둘 모이는 출발점이다. 정문 앞에는 순례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첫 번째 참배 후에는 순례노트(納経帳)에 도장을 받으며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이곳부터 서서히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 열린다.


3. 기도와 걷기, 그리고 만남

시코쿠 순례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은 체험이다. 각각의 사찰은 산과 숲, 바다 근처에 위치해 있어 걷는 길 자체가 명상이 된다. 순례자끼리 나누는 간단한 인사 “오헨로상(お遍路さん)”은 말 없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몇몇 지역 주민들은 순례자에게 차나 간식을 건네며 ‘오세타이(お接待)’라는 전통적인 환대를 베풀기도 한다. 이 작고 따뜻한 교류는 여행의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4. 고치현(高知県)과 에히메현(愛媛県)에서 만나는 사찰의 다양성

순례가 중반을 넘어서면 바다 절경이 펼쳐지는 고치현, 그리고 온화한 풍경과 고즈넉한 마을이 이어지는 에히메현에 이르게 된다. 24번 사찰 ‘호츠미사(最御崎寺)’는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 잡아, 일출 시간에 방문하면 경건한 감동을 준다. 에히메의 ‘이시테지(石手寺)’는 복잡한 구조와 함께 신비한 동굴이 연결되어 있어 한동안 마음을 머물게 하는 장소다.

순례 도중 만나는 온천 마을에서는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좋다. 도고온천(道後温泉)은 특히 순례자들이 피로를 풀기에 적합한 명소로, 1박 6,000~12,000엔 내외로 조용한 료칸들이 운영된다.


5. 순례의 끝, 가가와현(香川県)에서의 마지막 참배

마지막 사찰은 88번 ‘오쿠보지(大窪寺)’다. 이곳에 이르면 많은 순례자들이 스틱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순례의 목적은 각자 다르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누구나 비슷하다. 성취, 치유, 감사.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다.

가가와현에 머무는 동안, 우동(うどん)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보는 것도 좋다. 순례 후 먹는 한 끼는 어떤 고급 요리보다 값지게 느껴진다.

시코쿠 88사찰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신과 마주하는 여정이다. 전부를 완주하지 않아도, 일부만 걸어도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긴다.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길 위에서 조용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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