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만에 받은 첫 정산금”…거액을 ‘현금 탑’으로 쌓아 부모에게 선물한 효녀 가수, 솔지의 이야기

대한민국 가요계에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존재하고, 그들 중 소수만이 이름을 알리고 ‘정산’을 받아 가수라는 직업의 경제적 결실을 맺는다. 그 치열한 세계 속, 그룹 EXID의 메인보컬이자 현재는 솔로 아티스트이자 뮤지컬 배우인 솔지(본명 허솔지)의 스토리는 누구보다 치열했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특히 2023년, 모든 가수 활동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첫 정산금’을 어머니에게 ‘현금 탑’으로 만들어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대중 모두에게 진한 울림을 전했다. 솔지는 단순히 효심 깊은 연예인을 넘어, 데뷔 17년 차 여성 아티스트로서 인내와 생존, 성장을 제 몸으로 체현해낸 명실상부한 ‘진짜 가수’다.

“돈방석 깔아드릴게요” 어린 시절 꿈, 현금으로 실현하다

솔지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축가 이외에 받았던 첫 정산금으로 어머니에게 ‘현금 돈방석’을 선물했던 일화를 털어놓은 바 있다. 종이 화폐를 침대 매트리스에 모두 펼쳐 깔아 ‘현금 침대’를 만든 후, 어머니에게 “약속 지켰다”고 고백했다는 얘기다.

이 장면은 팬들뿐 아니라 여러 세대에 훈훈함을 안긴 사례가 됐고, 돈보다 ‘마음’과 ‘지난 수년 간의 눈물’이 담긴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됐다. 일반인에게 ‘돈방석’은 허무맹랑한 표현일 수 있으나, 본인의 예능에서 밝혔듯 이 선물은 전적으로 어릴 적 자신이 어머니께 했던 약속을 행동으로 실현시킨 것이었다.

이후 해당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게 바로 진짜 효도다”, “돈 자랑이 아니라 진정한 고마움의 표현”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2NB도, EXID도… 쉽지 않았던 데뷔와 재도전의 세월

솔지는 2006년 2인조 여성 보컬그룹 ‘2NB’의 멤버로 데뷔했다. 당시 실력파 발라드 그룹으로 평가받았으나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고, 몇 년 만에 팀은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개인 보컬 트레이너, 프로젝트 앨범 피처링 등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2012년 EXID에 새로운 멤버로 전격 합류하면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걸그룹’이라는 이름은 당시 대중에게 낯설고도 차가웠다. 첫 앨범 활동에서도 뚜렷한 반응은 없었고, 반복되는 손익적자에 소속사의 생존까지 불투명해졌던 시기마저 존재했다.

그러나 2014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EXID의 ‘위아래’ 직캠 영상이 한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한다. 특히 솔지 본인의 흔들림 없는 고음과 깨끗한 가창력, 안정적 라이브는 남다른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팀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드디어 손익분기점! 팀에게 찾아온 첫 ‘정산’

EXID는 ‘위아래’ 역주행 이후 다수의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며 대세 걸그룹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드디어 데뷔 10년 차였던 2016년, 멤버들이 소속사로부터 처음으로 정산금을 지급받는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솔지는 가장 의미 있는 그 돈을 망설임 없이 어머니께 모두 헌납했다.

그는 그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정산금을 받는다는 얘기에 눈물이 났어요. 그게 많고 적음을 떠나서, 드디어 나도 가수로서 인정받았다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나를 기다려준 엄마한테 그걸 드릴 수 있단 생각에 너무 행복했죠.”

솔지의 이 고백은 같은 꿈을 좇는 수많은 후배 연습생들에게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비로소 길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건강 위기와 재기의 시간

성공의 기쁨도 잠시, 솔지는 2016년 말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며 활동 중단을 선언한다. 극심한 체중 감소, 두통, 빈혈 등의 증상은 날로 악화됐으며, 방송에서 밝히지 못하던 고통과 수 차례 병원 진료가 병행됐다.

약 2년 가까운 소강기였지만, 그는 완치 판정을 받은 시간에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교수로 발탁되어 젊은 예술인을 위해 강단에도 서며 음악의 자장 안에서 계속 호흡했다.

현재도 건강은 유지 중이지만 재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체크를 병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양한 방송과 공연을 통해 활기차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대표적인 ‘재기한 아이돌 스타’로 불리며 또 다른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의 진화

최근까지 솔지는 뮤지컬 「영웅」에서 주인공 ‘설희’ 역을 맡아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노래는 물론 연기와 몸 연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요구되는 뮤지컬 무대에서의 도전은 한때 아이돌 출신이라면 받기 쉬운 편견의 벽을 넘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를 “기회라 생각했기에 온전히 몰입했고, 나라는 사람은 계속 새로워지고 싶다”고 답했다. 기획 단계에서 소속사와 매니지먼트가 종료되었음에도 뮤지컬 무대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전 매니지먼트와 협업을 지속한 점도 업계에서는 ‘소속사와의 모범적인 이별’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진심과 노력은 결국 보상받는다

가수로서 17년을 버티며, 결국 데뷔 10년 만에 첫 정산금을 손에 쥔 효녀. 그 돈으로 부모에게 ‘현금 돈방석’을 만들어 직접 깔아준 가슴 따뜻한 딸. 질병으로 무대를 중단했으나 재기에 성공해 뮤지컬, 방송, 강의까지 전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

허솔지라는 이름은 그 누구보다 꾸밈없이 진짜로 살아온 결과물이다. 지금도 그녀는 말한다. “온전히 내 목소리, 내 마음으로 노래하고 싶어요. 그게 결국 나를 지켜준 힘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진심을 노래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것 하나다. 자신보다 주변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보다 음악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진짜 효녀, 진짜 아티스트 솔지. 그 이름이 앞으로 어떤 무대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