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걸으면 50년 전 일본으로 가는 길
일본 여행에서 진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화려한 번화가보다 조용한 골목을 걸어보는 게 답이다.
그 중에서도 레트로 골목(レトロな路地, れとろなろじ)이라 불리는 곳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 낡았지만 따뜻한 풍경, 그리고 진짜 일본인의 일상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사진을 찍든, 멍하니 걷든, 오래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든
이 골목들은 관광지를 넘어 ‘느낌’을 남기는 곳들이다.
1. 도쿄 시모키타자와 – 빈티지 천국과 골목 감성의 조화
도쿄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의외의 장소. 시부야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모키타자와는 도쿄 속 가장 레트로한 동네다. 좁은 골목 사이로 중고 레코드 가게(レコード屋, れこーどや), 빈티지 옷집, 오래된 카레 전문점, 고양이 카페 같은 게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상점가에 조명이 켜지고, 작은 바(居酒屋, いざかや)나 소극장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골목에 퍼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깊어진다. 감성 사진 찍기에도 최고,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되는 동네다.
2. 오사카 신세카이 – 낡았지만 살아있는 진짜 거리
오사카의 대표적인 레트로 거리인 신세카이는 1960~70년대 쇼와 시대(昭和時代, しょうわじだい)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라는 전망대를 중심으로, 고전 간판과 화려한 조명, 세월이 느껴지는 간이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이곳에선 쿠시카츠(串カツ, くしかつ)를 먹으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게 국룰.
사람 사는 냄새가 그대로 남아있는 동네라 오히려 ‘연출되지 않은 진짜 레트로’를 느낄 수 있다.
3. 나고야 엔게이도리 – 영화 속 흑백 거리 같은 분위기
나고야 중심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엔게이도리 상점가는 오래된 구조물과 가게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 시장 골목이다.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걷기 딱 좋고, 조용한 와중에도 가게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 있어서 골목탐험하듯 다니기 좋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리노베이션한 카페나 디자인 소품숍도 들어와서, 전통과 트렌드가 묘하게 섞여 있는 골목이 됐다. 커플 여행자나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느낌 있는 거리’다.
4. 다카야마 산마치스지 – 에도 시대 그대로 보존된 거리
기후현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라 불리며 전통 가옥과 고풍스러운 거리로 유명한 도시다. 그중 산마치스지(三町筋)는 에도 시대(江戸時代, えどじだい) 상점가를 그대로 재현한 골목으로,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준다.
목재 건물, 종이등, 간판 하나까지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밤엔 조용한 골목을 따라 간접 조명이 켜지면서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뀐다. 커피보다 따뜻한 녹차 한 잔이 더 잘 어울리는 곳.
5. 오타루 사카이마치 거리 – 바닷가와 유리 공방의 감성
홋카이도의 오타루는 겨울에 특히 매력이 폭발하는 레트로 도시다. 운하 옆으로 늘어진 건물들이 전부 옛 창고를 개조한 상점이고, 유리 공방(ガラス工房, がらすこうぼう)과 오르골 가게(オルゴール屋, おるごーるや)가 많아 골목 전체가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하다.
겨울에 눈까지 내리면, 진짜로 흑백 영화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다. 커피 대신 핫 와인, 음악 대신 오르골 소리, 그리고 조용히 걸어다니는 사람들. 혼자든, 둘이든, 걷기만 해도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레트로 골목이 주는 감정은 다르다
이 골목들엔 화려한 관광지처럼 볼거리나 액티비티가 넘쳐나는 건 아니다. 대신 조용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깊이가 다르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더 오래 음미하게 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여행 말고, 감성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겐 이런 레트로 골목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다.
시간을 거슬러 걷고 싶다면, 다음 일본 여행은 이 골목들부터 담아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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