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기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심폐 지구력이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 계단 몇 칸만 올라도 숨이 차고 일상생활조차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많은 노인들이 숨이 차니까 운동을 줄이고, 운동을 줄이다 보니 오히려 심폐 기능이 더 빨리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1분당 걸음 수’를 기준으로 활동량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보다 1분에 15~20걸음 정도만 더 걸어도 노인의 심폐 지구력이 확연히 향상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걷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걷는 총량’이 아니라 ‘걸음의 밀도’다
걷기 운동은 노인에게 가장 권장되는 운동이지만 단순히 오래 걷는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운동 생리학자들은 걷는 시간보다 1분당 몇 걸음을 걷는지를 더 중요한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천히 40분 걷는 것보다 적당한 속도로 15분 동안 걸음 수를 올리는 편이 오히려 심장과 폐를 더 자극해 훈련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1분당 걸음 수가 80에서 100으로 늘기만 해도 심박수 조절 능력, 폐활량, 혈관 탄력성 개선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분당 걸음 수 100 이상은 ‘중등도 유산소운동’ 기준선으로 평가된다
1분에 100보는 생각보다 빠르게 걷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평지 걷기에서 약간만 속도를 올리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 걸음 수는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중등도 유산소운동의 시작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분당 100보는 단순한 산책이 아닌 심폐 기능을 훈련하는 유효 범위의 활동이라는 의미다. 노인의 경우 처음부터 이 수준을 유지하긴 어렵더라도 분당 80보에서 시작해 점차적으로 5~10보씩만 늘려도 뚜렷한 심폐 개선 효과가 있다.

1분당 걸음 수를 늘리면 근육도 활성화되고 혈압도 안정된다
걸음 수가 늘어난다는 건 단순히 많이 움직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심장 박동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혈류가 원활해지고 말초 혈관이 확장되며 산소 공급 능력이 향상된다. 이로 인해 심폐 지구력 자체도 훈련되고 평소보다 심장 박동수가 빨리 떨어지는 회복력도 좋아진다.

동시에 종아리, 허벅지, 둔근 같은 하체 근육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면서 낙상 예방과 보행 균형감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1분당 걸음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신 순환과 근골격계를 통합 자극하는 지표다.

스마트워치 없어도 1분간 걸음 수는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고령층이 꾸준히 운동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측정 가능성’이다. 분당 걸음 수는 스마트워치나 만보계가 없어도 그냥 1분 동안 걸어보며 손가락으로 걸음을 세면 되는 간단한 방식으로 확인 가능하다. 걷기 시작한 후 타이머를 1분 설정해두고 10초당 몇 걸음을 걷는지 체크하면 대략적인 분당 걸음 수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초에 18보면, 분당 108보로 충분히 중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 수준이라는 의미다. 측정이 쉬워야 꾸준함이 유지된다. 걷는 양보다 걷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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