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밥상에 빠지지 않는 고명 중 하나가 바로 깨다. 국, 나물, 무침, 볶음 요리 등 어디에나 한 스푼 뿌려주는 깨는 고소한 맛과 향으로 요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그 깨, ‘향이 사라졌다’면 절대로 그냥 쓰면 안 된다. 특히 통깨나 볶은 깨 특유의 고소한 향이 없고, 비릿하거나 눅눅한 냄새가 느껴진다면 이미 산패가 진행된 상태다. 이런 깨는 단순히 맛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건강에 직접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깨는 기름 성분이 많은 ‘지방 식품’이다
깨는 겉보기엔 마른 곡물처럼 보이지만, 전체 중량의 절반 이상이 기름 성분이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에는 좋지만, 그만큼 산소, 빛, 열에 쉽게 반응해 산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볶은 깨는 제조 후 1~2개월이 지나면 고유의 향이 점점 옅어지고, 보관 상태가 나쁠 경우 더 빠르게 상할 수 있다. 산패는 단순한 산화가 아니라, 지방 분자가 분해되며 악취 성분과 유해물질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즉, 향이 없어졌다는 건 이미 유해 성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산패된 깨,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산패된 깨에서 가장 문제되는 건 과산화지질과 알데하이드계 화합물이다. 이 물질들은 체내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장기간 섭취할 경우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세포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간과 위장 점막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위염이나 소화 장애, 만성피로 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산패 유지를 장기 섭취할 경우 DNA 손상을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어린이나 고령자에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색과 냄새가 가장 확실한 판별 기준이다
깨의 이상 여부를 판단할 때는 냄새와 색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소한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비린내나 눅눅한 냄새가 난다면 산패 가능성이 높다. 또 색상이 너무 어둡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누렇게 변한 경우도 산화가 진행된 신호다.

손으로 만졌을 때 유난히 기름기가 많거나 손끝에 남는 찐득함이 있다면, 기름 성분이 표면으로 빠져나와 분해가 시작된 상태일 수 있다.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보관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먼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보관은 ‘냉장 보관’이 기본이다
깨는 볶은 뒤 최대한 빨리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보관하면 산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 특히 가정에서 대량으로 볶아 사용하는 경우, 한 번 쓸 분량씩 소분해 보관하고 자주 꺼내는 용량은 따로 두는 방식이 권장된다. 냉장실 보관 시에도 2개월 이내, 냉동 보관 시 3~4개월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뚜껑을 열었을 때 이전보다 향이 약해졌다면, 사용량을 줄이거나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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