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디빌딩은 근육을 키우고 체지방을 줄이는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체형을 조각하는 스포츠다. 외형적으로는 건강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보디빌더 집단이 일반인보다 심장 돌연사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는 분석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30~40대 젊은 남성 보디빌더들의 급성 심장사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단순 운동 과다가 아닌 생리적, 약물적,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운동 강도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체중 변화’가 문제다
보디빌딩은 단순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 극단적인 체중 조절과 근육량 증대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짧은 기간 내에 수십 킬로그램을 증량하고, 대회 직전에는 수분을 극단적으로 줄여 탈수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은 끊임없이 혈류량과 압력 변화를 감당해야 하며, 심근세포의 크기 역시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하게 비대한 심장 조직은 전기 자극 전달이 불규칙해지고, 심방세동이나 심실빈맥 같은 부정맥 유발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서는 대회 준비 중 극심한 수분 감량이 심장 전도계에 영향을 미쳐 돌연사로 이어졌다는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스테로이드와 이뇨제 사용, 가장 큰 리스크
보디빌딩 업계에서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는 것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근육 합성 촉진제) 사용이다. 이는 근육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지만, 부작용으로는 고혈압, 콜레스테롤 이상, 심근 섬유화, 좌심실 기능 저하 등이 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자는 일반인보다 좌심실 비대가 3배 이상 많았고, 이로 인한 심부전 진행률도 높았다. 여기에 체지방률을 낮추기 위한 이뇨제 복용이 겹치면 혈중 전해질 불균형, 탈수, 심장 리듬 이상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칼륨과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면 심실세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운동이 심장 건강을 해친다는 오해?
운동은 기본적으로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강도 운동이 반복되고 회복 없이 지속될 경우, 심장 조직에도 피로와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은 심장 박출량을 안정적으로 향상시키지만, 보디빌딩처럼 등척성 수축(근육을 길이 변화 없이 긴장시키는 훈련)이 반복되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며 심장에 물리적 부담이 집중된다.

이로 인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성이 떨어져 결국 이완기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회복 없는 과부하 훈련이 문제인 셈이다.

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젊은 운동인들
보디빌더 대부분은 20~30대 남성으로, 본인의 건강을 ‘건강할 것’이라고 인식한다. 이 때문에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나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보디빌딩 특성상 일반적인 건강 지표로는 이상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혈압, 체중, 심박수 등에서 뚜렷한 문제가 없더라도, 심장 내부 구조나 전도계 기능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운동 후 실신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반복된 사람들 중 다수가 좌심실 이상이나 빈맥성 부정맥 진단을 받은 사례도 보고돼 있다. 심장 초음파와 MRI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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