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식초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공복 혈당을 낮추거나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과식초를 ‘당뇨병 치료제’와 함께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예상치 못한 저혈당, 위장 장애,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식품이라 해도, 약물과 함께 작용할 때의 위험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사과식초는 혈당을 낮추는 작용이 ‘약물과 중첩’될 수 있다
사과식초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산은 위장에서 탄수화물 흡수를 지연시키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관여한다. 당뇨약 중 대표적인 메트포르민(Metformin) 역시 간에서 당 생성을 억제하고, 말초 조직의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작용이 함께 작동할 경우, 예상보다 더 큰 혈당 강하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복 시 식초를 섭취하고 약을 병용하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어지러움, 혼란, 두근거림 등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속쓰림과 위장장애, 약물 흡수율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사과식초는 산성 물질이다. 과다 섭취하거나 공복에 자주 마시면 위점막을 자극해 위염, 식도염,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당뇨환자 중에는 위장관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많아, 식초의 산도가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위장 장애는 경구 약물의 흡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연구에선 사과식초가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는데, 이는 치료 효과의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정량화된 의약품과 달리 식초는 성분의 농도와 용량을 정확히 조절하기 어려워, 약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되기 쉽다.
칼륨 부족, 전해질 불균형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과식초를 장기 복용할 경우, 특히 다량으로 섭취하면 소변을 통한 칼륨 배출이 증가하면서 저칼륨혈증(hypokalemia)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당뇨약 중 일부 이뇨 작용을 가진 약물(예: TZD류)이나 고혈압 약과 함께 복용할 때 전해질 균형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저칼륨 상태에서는 근육 경련, 심장 박동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고령자나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이 더 크다.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사과식초가 오히려 체내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간혹 ‘자연식품이라 괜찮다’는 오해가 문제를 키운다
많은 사람들이 사과식초를 건강보조식품처럼 여기며 아무 때나 섭취하지만, 자연 식품도 약리 작용이 있다면 ‘상호작용’의 위험성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당뇨병은 혈당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므로, 여러 요소가 겹치면 치료가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 미국 당뇨병협회(ADA)도 사과식초에 대해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반드시 의료인의 지시에 따르고 약물 복용 시점과 분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이라면, 사과식초를 아예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식초는 식후 30분~1시간 후 섭취하고, 약과는 최소 2시간 이상 간격을 둔다
1일 12작은술(약 510ml) 정도로 시작해 몸의 반응을 관찰한다
공복 섭취는 피하고, 반드시 물에 희석해 마신다
혈당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의사와 먼저 상의한 뒤 섭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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