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이 높거나 혈관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트 주스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식품이 아니다. 붉은 색소가 강렬한 이 뿌리채소는 단순히 철분이나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가 아니다. 실제로 비트에 포함된 ‘질산염(nitrate)’ 성분이 체내에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면서 혈압과 염증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비트 주스 섭취가 구강 내 염증까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흥미로운 임상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질산염이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변환된다
비트가 혈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은 바로 ‘질산염’이다. 비트를 먹으면 이 성분이 체내에서 산화질소(Nitric Oxide)로 바뀌며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류를 원활하게 해준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혈압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실제로 영국 퀸메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전단계에 있는 성인에게 비트 주스를 하루 250ml씩 2회, 4주간 마시게 한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약 5~7mmHg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이러한 수치는 꽤 의미 있는 변화다.

혈관 건강뿐 아니라 구강 염증에도 효과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효능은 비트 주스가 구강 내 염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연구진은 비트 주스를 마신 참가자들의 침에서 염증 관련 지표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유의하게 낮아졌으며, 치은염과 같은 잇몸 질환 증상도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산화질소가 갖는 항염 작용이 혈관뿐 아니라 점막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구강 내 혈관도 미세한 염증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비트 주스의 일상적 섭취가 구강 건강까지 지켜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는 플라보노이드와 베타레인 성분도 풍부하다
비트 주스가 몸에 이로운 건 단순히 질산염 때문만은 아니다. 비트에는 베타레인(Betalain)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색소 성분이 함유돼 있어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플라보노이드, 식이섬유, 칼륨 등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베타레인은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해 장내 면역세포를 자극하고 전신 염증을 조절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즉, 비트 주스는 단순한 건강보조음료가 아니라 전신 순환계와 면역계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섭취 방법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비트를 주스로 마실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시중에서 파는 제품은 종종 당분이 높거나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한 생비트를 직접 착즙하거나, 무첨가 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루 권장량은 250ml 기준 2회 정도이며, 아침 공복과 오후 간식 시간 사이에 나누어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과다하게 섭취하면 질산염 농도가 과도하게 올라가 위장 불편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총 500ml를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부 사람들은 비트를 섭취한 후 소변이나 대변 색이 붉게 변하는 ‘비투리아’ 현상을 경험할 수 있으나 이는 대부분 무해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