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헬기 무용론을 뒤엎은 새로운 전략
미 해병대는 최근 전차 전력과 함께 공격헬기 보유 수량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군 구조를 개편해왔다. 하지만 전면 철수는 아니었다. 남겨진 일부 공격헬기의 새로운 활용 방안이 논의되던 가운데, 해병대는 전례 없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다.
바로 헬파이어 미사일보다 30% 이상 비싸면서도 최대 사거리와 작전 유연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장거리 군집형 드론 탄약 ‘울프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신형 무기는 전통적인 공격헬기를 ‘장거리 다목적 화력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370km 날아가 군함 타격까지…‘울프 시리즈’ 정체는
울프 시리즈는 미국 L3 해리스가 개발한 장거리 드론 탄약 시스템이다. AH-1Z 바이퍼 공격헬기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영되며, ‘레드 울프’와 ‘그린 울프’라는 두 가지 주요 모델로 구성된다. 레드 울프는 폭발탄두를 장착해 타격 임무를 수행하고, 그린 울프는 정찰 및 전자전 임무를 위한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
레드 울프는 370km 이상의 사거리와 1시간 이상의 체공시간을 갖고 있으며, GPS 유도 및 데이터링크 기반으로 실시간 목표 갱신이 가능하다. 한 발당 가격은 30만~50만 달러 선으로, 기존 헬파이어 미사일(약 20만 달러)의 1.5배 수준이지만 성능은 압도적이다.

공격헬기에서 군함까지 사거리 확장…중국도 긴장
공격헬기의 사거리는 통상 수km에서 길어야 10~15km 수준에 불과했으나, 울프 시리즈는 이를 370km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특히 해병대는 해당 무기를 이용해 해상 이동 중인 중국 해군의 구축함, 순양함을 공격하는 시뮬레이션 영상까지 공개하며 실전 운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레드 울프가 스텔스 설계를 기반으로 표적에 접근한 뒤 고폭탄 혹은 자탄살포 방식으로 타격하는 방식이다. 그린 울프는 통신 중계기나 전자전 장비로 활용한 뒤 낙하산 회수 방식으로 재사용도 가능하다. 이는 기존 자폭드론의 한계를 넘어선, 완전한 ‘다기능 전술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드론 시대, 공격헬기 생존을 위한 진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 전술이 전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고가 플랫폼인 공격헬기의 생존성과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공격헬기 추가 도입 계획을 철회하거나 감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해병대는 드론과 공격헬기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전술을 제시하고 있다.
공격헬기를 단순한 근거리 화력 지원 플랫폼에서 벗어나 장거리 다기능 화력 투사 수단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러한 융합형 전술은 유사시 대만해협, 남중국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중국 해군의 함정을 무력화시키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저비용 고효율 루카스 드론…이란 기술 모방도 불사
울프 시리즈 외에도 미 국방부는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 136’을 모방한 장거리 타격용 드론 ‘루카스(LUCAS)’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발사 중량 600kg, 사거리 최대 2,500km의 루카스는 미사일이 아닌 ‘탄약’으로 분류되며 수만 달러 수준의 초저가 전략 자산으로 활용된다.
개방형 아키텍처를 통해 정찰, 전자전, 자폭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루카스는 단일 플랫폼으로 수천 기 양산이 가능하다. 미 국방장관이 직접 시험발사 시연을 참관할 정도로 미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며, 이로써 현대전 양상은 ‘정밀 타격 + 물량전’이라는 복합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격헬기 무장 혁신, 한국도 전략 수정 필요
한국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36대를 운용 중이며, 한때 추가 36대 도입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최근의 국제 전장 흐름을 감안하면 단순한 플랫폼 보유보다 핵심은 무장체계의 변화에 있다.
울프 시리즈처럼 기존 무기 플랫폼에 새로운 타격 수단을 결합함으로써 생존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울프 시리즈는 탄약으로서의 운용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래식 미사일 대비 월등한 전술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군의 무기 개발 및 조달 전략에도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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