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거지나 다림질처럼 오랜 시간 서 있는 집안일을 하다 보면 다리가 저릿하거나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피로 누적’ 또는 ‘혈액순환 문제’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이 매번 반복되고 휴식을 취해야만 가라앉는다면 척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10분 이상 서 있거나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당기듯 아프고 저린 증상이 발생한다면 ‘척추관 협착증’의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질환은 일상생활의 작은 불편에서 시작돼 심각한 운동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 압박’으로 다리 감각 이상을 일으킨다
척추관 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는 상태를 말한다. 척추 속에는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 통로가 점점 좁아지고, 디스크 돌출이나 인대 비후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허리 아래쪽 신경이 눌리면 다리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걸을 때 다리가 무거워지고, 쉬면 다시 괜찮아지는 증상이 특징이며, 이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라 불리는 대표적 징후다. 계단 오르기보다 내리기가 어렵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도 이 질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설거지처럼 ‘정지한 채 서 있는 자세’가 통증을 유발하는 이유
척추관 협착증은 오히려 앉아 있거나 몸을 굽힐 때보다, ‘서 있거나 뒤로 젖히는 자세’에서 더 큰 불편감을 준다. 설거지처럼 싱크대 앞에서 가볍게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장시간 서 있으면 척추 후방 구조물에 압력이 증가하고, 좁아진 신경 통로가 더욱 눌리게 된다.

이때 신경이 자극받으면 다리로 이어지는 방사통이 발생해 저림, 통증, 감각 저하가 생긴다. 이처럼 ‘서 있기만 해도 아픈’ 형태는 일반적인 근육 피로와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허리 통증이 심하지 않음에도 다리에 이상 감각이 생긴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진행되면 걸음거리 변화, 균형 감각 저하, 낙상 위험으로 이어진다
척추관 협착증을 방치할 경우 초기의 저림이나 통증에서 더 나아가, 보행이 점점 불편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보폭이 줄고, 걷는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걷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일이 잦아진다. 한쪽 다리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양쪽 다리에 비슷하게 영향을 미치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를 미루면 신경 손상이 진행돼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허리 수술을 필요로 하는 고령 환자의 상당수가 이 질환에서 비롯된 경우다.

초기 치료는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이 핵심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초기일수록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높다. 허리를 무리하게 젖히는 동작을 피하고, 걷기 운동이나 허리 굽히는 스트레칭을 통해 신경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염증을 줄이기 위한 약물 치료, 물리치료, 주사 요법 등이 병행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일상에서 장시간 서 있는 일을 자제하고,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구부려 등받이에 기대는 등 척추의 부담을 줄이는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경 감압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10분 이상 서 있기 어렵거나 다리 증상이 반복된다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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