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은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풍부해 시력 보호, 항산화 작용,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알려진 채소다. 하지만 문제는 흙 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 특성상 농약이 표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껍질째 먹는 경우가 많은 요즘, 잘못된 세척법은 오히려 잔류 농약을 몸에 그대로 흡수하게 만들 수 있다. 당근은 표면이 매끄러워 보이지만 미세한 주름과 흠집이 많아 물로만 씻어서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다. 단순히 흐르는 물에 문질러 닦는 것만으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흐르는 물 세척만으로는 30%도 제거되지 않는다
실제 식약처와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당근에 사용되는 일부 살충제 성분은 수용성이 낮아 물로만 세척했을 때 제거율이 30% 미만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포장에서 판매되는 깎지 않은 당근은 수확 후 보관 중 방부 처리나 왁스 코팅이 되는 경우도 있어, 단순 세척으로는 잔류 화학물질까지 제거하기 어렵다.
당근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선 전용 세척 방법이 필요하며, 물리적 마찰과 함께 화학적 중화 과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준비하는 당근이라면 더욱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다.

세척의 핵심은 ‘산성+알칼리성 세정’의 병행
농약 성분은 일반적으로 산성 또는 알칼리성 물질에 반응하여 중화되거나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단일한 방법보다는 2단계로 나눠 세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첫 단계는 식초물(물 1리터에 식초 2큰술 비율)로 5분간 담근 뒤 흐르는 물로 헹구는 것이다. 식초는 대부분의 살균 성분과 농약 표면 코팅을 부드럽게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5분간 담근 후, 부드러운 솔로 당근 표면을 문지르며 닦는 것이다. 베이킹소다는 농약 잔여물 중 알칼리성에 민감한 성분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과정을 거친 후 맑은 물에 2~3회 이상 충분히 헹궈주는 것이 핵심이다.

껍질을 벗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껍질 부분에 농약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제거하면 안전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당근 껍질에는 섬유소와 비타민 C, 항산화 성분이 집중돼 있어 무조건 깎아내기보다는 세척을 철저히 하고 껍질째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는 유리하다.
껍질을 벗기되 너무 깊이 깎지 않고, 세척을 병행하는 방식이 가장 균형 있는 방법이다. 특히 수입산 당근이나 색이 진하고 윤기가 많은 경우 방부 처리 가능성이 있으므로 껍질 제거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안전하다.

세척 후에도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빠르게 소비해야 한다
세척한 당근은 표면의 보호막이 사라져 수분이 쉽게 증발하고, 세균 오염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세척 후에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2~3일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듬은 당근을 오랫동안 물에 담가 보관하는 것은 영양소 유실과 조직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사용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세척하고, 남은 것은 껍질째 건조한 상태로 보관하는 습관이 좋다. 장기 보관을 원할 경우 데쳐서 냉동 보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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