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물놀이 갔다가 다리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감염’ 꼭 조심하세요

작은 상처 하나가 해수욕장, 계곡, 갯벌에서 세균의 통로가 되면 몇 시간 안에 다리 절단,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패혈증으로 번질 수 있다. 당뇨, 간질환, 면역저하자는 특히 빠르게 악화된다.

왜 하필 여름, 그리고 물인가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르는 6~9월, 바닷물과 민물에는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대표적으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바닷물), 에어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민물), 연쇄상구균(흔히 피부 감염을 일으킴) 등이 상처를 통해 깊은 조직까지 파고든다. 이들 균은 근막(근육을 싸는 얇은 막) 사이로 빠르게 퍼져 괴사성 근막염을 일으키고, 독소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패혈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위험한 사람
만성 간질환(간경변, B형·C형 간염 보유자 포함)
당뇨병, 만성 신부전, 암 치료 중인 사람,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복용자
과음이 잦은 중장년층, 65세 이상 고령자
최근 문신, 레이저 시술, 무좀으로 피부가 갈라진 사람, 당뇨로 발에 상처가 잦은 사람

증상은 이렇게 전개된다: 시계가 빠르다
0~6시간: 벌레에 물린 듯 가려운데, 통증이 예상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체온은 정상일 수 있다.
6~12시간: 겉보기엔 큰 변화가 없어도, 통증이 피부 변화보다 훨씬 앞선다. 빨갛게 번지며 퉁퉁 붓는다.
12~24시간: 보랏빛 반점, 물집(혈성 수포)이 생기고, 오한·구토·어지러움이 시작된다. 혈압이 떨어지면 이미 패혈증 단계다.
24시간 이후: 피부가 회청색으로 변하고 감각이 둔해진다. 괴사 부위를 살리기 어렵고, 절단이 논의된다.

다리 절단까지 가는 이유
세균이 내뿜는 독소와 우리 몸의 과도한 염증 반응이 혈관을 막는다. 근막 사이로 퍼지는 속도가 잽싼 탓에 살을 도려내도 경계를 찾기 어렵고, 생명을 먼저 지키기 위해 감염 부위를 과감히 절제하거나 절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하루, 길어야 이틀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수욕장만 조심하면 된다고? 민물, 족욕 카페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비브리오만 유명할 뿐, 민물에도 에어로모나스 같은 강력한 병원균이 널려 있다. 계곡에서 넘어지며 무릎이 까졌다면, 족욕 카페에서 상처 난 발을 담갔다면, 심지어 집 욕조에 상처가 닿은 채로 오래 불려도 위험이 커진다. 상처가 있다면 물에 오래 담그는 행동 자체가 문제다.

이럴 땐 즉시 응급실
통증이 겉보기에 비해 과도하게 심하다
붓기와 발열이 빠르게 올라간다
보랏빛 반점, 물집, 피부가 차갑고 창백하게 변한다
저혈압(어지럽고 식은땀), 의식이 멍해진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상처 사진을 찍어 시간 변화를 기록하고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경구 항생제로 버티다 시간을 놓치면 수술 시기를 놓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 자가 관리, 하지만 여기까지다
깨끗한 흐르는 물로 3분 이상 씻고, 식염수나 묽은 베타딘으로 소독한다. 상처를 문지르지 말고, 깨끗한 거즈로 덮는다. 그러나 통증이 빠르게 커지거나, 붓기가 손가락 자국이 남을 정도로 심하면 자가 처치는 의미가 없다. 항생제 정맥주사, 수술을 통한 괴사 조직 제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흔한 오해 바로잡기
바닷물은 짜서 소독이 된다: 오히려 염분을 좋아하는 균이 있다
열이 안 나니 괜찮다: 노인, 스테로이드 복용자는 열이 안 오르는 패혈증이 흔하다
통증이 없어지면 좋아지는 중이다: 괴사로 신경이 죽으면 통증이 줄기도 한다. 위험 신호다
당뇨·간질환 있는 가족과 물놀이를 계획 중이라면
발톱 주변, 뒤꿈치, 종아리 모기물린 자국까지 방수 커버로 밀봉한다
혈당계를 챙겨 장시간 활동 전후로 혈당을 확인한다. 고혈당은 감염 악화를 부른다
모기가 많은 야외에서는 긁지 않도록 냉찜질 팩과 항히스타민 연고를 지참한다
어패류는 충분히 익혀 먹는다. 회를 먹는다면 이미 손에 난 작은 상처는 알코올 소독 후 밴드로 덮는다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눈
여름의 수온, 상처, 면역저하라는 세 가지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패혈증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 물놀이 추억을 망치지 않으려면, 먼저 내 피부 상태를 살피는 습관부터 챙기자. 올여름, 바닷물의 짠맛보다 더 먼저 기억해야 할 건 통증의 이상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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