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800년 전 청동기시대에 조성된 전사의 무덤이 아제르바이잔에서 발굴됐다. 날이 네 갈래인 독특한 청동창과 함께 묻힌 망자는 키가 무려 2m로 추측돼 관심이 집중됐다.
아제르바이잔 문화부 고고학 연구팀은 29일 공식 SNS를 통해 약 3800년 전 매장된 청동기시대 장신의 전사 무덤을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청동창과 고급 도자기 등 부장품이 들어간 점에서 무덤 주인은 상당한 권력자라고 연구팀은 봤다.
의문의 무덤은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맞댄 아제르바이잔 서부 고원지대 세이란촐에 자리한다. 세이란촐 고원은 기독교 초기 수도원과 고대 동굴, 석조 요새 등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적이 많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전사의 무덤은 전형적인 쿠르간(kurgan) 양식이다. 쿠르간은 묘실, 묘도 및 기단으로 구성되는 중급 규모 봉토묘의 일종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지대에서 볼 수 있는 쿠르간은 기원전 4000년에서 기원전 1000년에 걸쳐 조성됐으며,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청동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유행했다.
조사를 주도한 아제르바이잔과학원 샤밀 나자포프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쿠르간 몇 기가 특정됐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지름 약 28m, 높이 약 2m에 내부가 벽체로 나뉜 대규모 쿠르간”이라며 “망자가 누운 중앙부에는 각종 장식품과 전사의 내력을 알려주는 부장품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이 쿠르간에 잠든 망자는 남자 전사로, 키가 2m나 되는 장신으로 생각된다”며 “날이 네 갈래인 청동창을 비롯해 망자의 주변에서 청동 장식품과 도자기 등 다양한 부장품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청동창이 아제르바이잔 지역의 쿠르간에서 출토된 기존 것들과 형태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청동창은 엘리트 전사나 고위급 지휘관의 소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화려한 부장품도 연구팀의 이런 견해를 뒷받침했다. 무덤 내부에는 온갖 유리구슬과 흑요석 장신구, 아름다운 무늬가 들어간 도자기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일부 항아리에 담긴 동물의 뼈는 사후세계에 도달한 망자가 먹을 저승의 식사로 여겨진다.
샤밀 박사는 “이번 발견은 2000명 넘는 학자와 자원봉사자가 세이란촐에서 5년간 진행한 고고학적 조사가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아제르바이잔에는 수백 기의 쿠르간이 존재하고, 대부분 미발굴 상태인 만큼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 종교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더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