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근은 아삭한 식감과 흙내음이 특징인 뿌리채소로, 동양권 식단에서 오래전부터 건강식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식물성 철분과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풍부해 빈혈 예방이나 혈액 순환 개선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연근 속 철분은 헴철이 아닌 비헴철 형태지만, 산 성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져 자연식 철분제로도 자주 언급된다.
또 폴리페놀과 타닌 성분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도 갖고 있어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근을 ‘졸이거나 튀기면’ 오히려 해로운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부 조리법은 열과 산소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연근의 성분이 변형되어 독성 물질로 바뀌는 과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고온 조리는 ‘아크롤레인’ 같은 유해 화합물 생성 가능성이 있다
연근을 튀길 때 흔히 사용되는 고온 조리 방식은 180도 이상의 열을 동반한다. 이때 연근 속 당분과 아미노산, 잔류 지질 성분이 만나 아크롤레인(acrolein) 같은 유해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크롤레인은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할 때 탄수화물과 지방이 열분해되며 나오는 독성 물질로, 눈과 호흡기 자극은 물론, 반복 노출 시 발암 가능성도 제기되어 있는 물질이다.
특히 연근 튀김처럼 표면이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익히는 형태는 표면에서 더 많은 열반응이 일어나 아크롤레인, 포름알데하이드 등의 생성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물질들은 가열을 멈춘 뒤에도 식품 속에 잔류할 수 있으며, 장기 섭취 시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장시간 졸임은 ‘타닌’의 산화와 결합 반응을 유도한다
연근을 조림 형태로 오래 익힐 경우, 그 안에 풍부한 타닌 성분이 산화되면서 페놀 화합물로 전환되기도 한다. 타닌 자체는 항산화 기능을 하는 유익한 성분이지만, 산소와 열이 오랜 시간 작용하면 소화불량을 유발하거나 장 점막을 자극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특히 타닌은 철분과 결합하면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 철분 흡수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즉, 철분 보충을 목적으로 연근을 섭취하려는 사람이 조림 형태로 장시간 조리하게 되면, 오히려 철분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간장이나 조청을 함께 넣는 달고 짠 조림 방식은 연근 속 당분이 열과 반응하며 AGE(당화 최종산물) 생성을 유도할 수 있어 세포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

연근의 유익 성분은 조리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연근 속 철분, 비타민 C, 항산화물질은 조리 온도와 시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비타민 C는 70도 이상에서 빠르게 파괴되고, 철분 역시 물에 오래 담그거나 과도한 열을 가하면 체내 흡수에 불리한 형태로 변할 수 있다. 게다가 튀기거나 졸일 때 사용하는 양념이나 기름도 연근 자체의 영양 성분을 변형시켜버릴 수 있다.
연근 튀김은 고열과 기름, 전분이 결합되어 트랜스지방 유사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도 있으며, 졸임 조리는 당류 함량을 지나치게 올려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근을 건강하게 섭취하고 싶다면 조리 방법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맛보다는 본래의 영양 성분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있다.

건강하게 연근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한 조리’다
연근을 섭취할 때 가장 권장되는 방식은 가볍게 데치거나, 찜 형태로 조리하는 것이다. 90~100도 사이의 온도에서 3~5분 정도만 데쳐주면, 세균 제거와 조직 연화는 가능하면서도 영양 손실은 최소화된다. 또한 생채나 샐러드 형태로 활용할 경우, 비타민 C와 철분의 손실 없이 흡수가 가능하고, 식이섬유도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조림을 하고 싶다면 강불에서 단시간에 졸이는 ‘조림 후 휘감기’ 방식이 좋고, 튀김 대신 에어프라이어나 오븐 구이를 활용하면 열을 직접적으로 줄여 유해 물질 생성을 방지할 수 있다. 결국 연근은 천연 철분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용하려면, 재료보다 조리법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익히면 건강식이 순식간에 독소 덩어리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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