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만 5개인데…폐역처럼 방치된 대곡역의 현실
지하철이 무려 5개 노선이나 지나가는 서울 수도권 대표 환승역, 고양시 대곡역.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현재 운행 중이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교외선도 곧 개통을 앞두고 있어 ‘트리플’을 넘어 ‘펜타플’ 역세권으로 불린다.
누구나 상상하기에 역 주변이 화려한 상권과 대규모 주거지로 둘러싸였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금의 대곡역은 마치 폐역처럼 휑한 공간이며, 유동인구에 비해 제대로 된 편의시설 하나 없는 ‘흉물 역세권’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 1조9000억 투입 예정이던 대곡 개발, 왜 10년 넘게 멈췄나
대곡역 역세권 개발은 원래 고양시가 약 54만평 규모 부지에 복합환승센터, 지식산업단지, 상업지구, 주거지 등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한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였다.
사업비만 무려 1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시작은 요란했어도 지난 10년 넘게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사업자 유치 실패와 사업성 불확실, 행정 절차 지연 등이 얽히며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 결과로 환승역다운 면모는커녕, 역세권 개발지 전역이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 ‘황금역’이 주차장으로…논밭 사이로 출근하는 주민들
실제로 대곡역 주변을 방문해 보면 출퇴근 차량이 역 입구 주변에 빽빽이 주차돼 있어 마치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인근 능곡뉴타운에서 대곡역까지 도보로 가려면 논밭과 비포장 도로를 지나야 하며, 어둡고 위험한 동선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역세권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서 교통은 편리해졌지만 생활 인프라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로, ‘교통만 좋은 허허벌판’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 개발 지연의 핵심, ‘지형적 단절’과 재정 부담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대곡역 개발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지형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대곡역을 중심으로 지상에 놓이면서 개발 대상 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통합적 개발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고양시 자체 재정 여건도 열악한 편이라, 도로 지하화와 기반시설 정비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을 시가 감당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별도의 민간 사업자 유치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구조적 제약이 뚜렷한 상황이다.
📈 개발 안됐는데 땅값은 ‘쑥’…GTX 기대감 반영
사업은 지연 중이지만 땅값과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곡역 인근 덕양구 대장동의 지가지수는 2020년 90.45에서 2022년 98.99까지 상승했으며, 인근 토당동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특히 ‘대곡역 두산위브’ 전용 84㎡는 2023년 11월 6억5000만원에서 올해 6월엔 8억3500만원으로 뛰었다. ‘대곡역롯데캐슬엘클라씨’ 분양권도 작년 6억대에서 현재 8억대까지 올라, 역세권 개발이 되기만 하면 미래 가치가 폭발할 것이란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상황이다.
🏙 대곡역은 고양시의 마지막 희망…GTX-A가 승부처
현재 고양시는 대곡역 개발에 사실상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이 무산되고 대규모 일자리 유치에도 실패한 가운데, GTX-A 노선 개통을 앞두고 있는 대곡역 개발은 도시 성장의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트리플 환승에서 펜타플 환승역이 되는 만큼 환승 거점으로서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는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렵다. 교통과 입지, 기대 수요 모두 갖춘 대곡역이 진짜 ‘황금 역세권’으로 변모하려면 이제는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실행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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