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래미안도 긴장했었다”던 브랜드, 지금은 10위에 겨우 걸친 이유
한때 브랜드 인지도 1위, 선호도 2위로 불리며 ‘래미안의 라이벌’로 거론됐던 e편한세상이 올해는 공동 10위로 주저앉았다.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반면, DL이앤씨의 대표 브랜드였던 e편한세상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에 밀려 오히려 내부 팀킬에 휘말리며 급격히 존재감을 잃고 있다.
부동산 R114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4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e편한세상은 10위권 마지막 자리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같은 조사에서 래미안은 2위를 기록하며 브랜드 파워를 유지했고, 3위는 자이, 4위는 더샵이 차지했다.

📉 2005년 2위에서 2024년 10위까지, 20년 간 가파른 하락세
e편한세상의 하락세는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흐름이다. 2005년 2위였던 브랜드는 2010년 4위, 2015년 5위, 2020년 6위로 하락 곡선을 그리더니, 결국 2024년에는 10위로 밀려났다. e편한세상은 2000년대 초 아파트명에 브랜드를 도입했던 대표적인 건설사 브랜드로, 당시 래미안과 함께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선도했다.
분양 당시부터 브랜드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통했고, 수요자들에게는 ‘믿고 사는 아파트’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e편한세상이 되레 브랜드 내부 경쟁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아크로’의 부상, e편한세상은 팀킬에 흔들렸다
DL이앤씨는 고급 아파트 시장 공략을 위해 ‘아크로’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2016년 입주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서울 최고가 아파트로 부상하며 브랜드 위상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아크로가 선택적으로만 적용되면서 재개발 사업지마다 브랜드 갈등이 커졌다.
e편한세상으로 시공권을 따낸 구역에서도 조합 측이 ‘왜 아크로를 안 주냐’며 반발했고, 결국 2021년 신당8구역, 주안10구역 등 7곳에서 총 2조원 규모의 계약이 해지되는 사태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e편한세상의 브랜드 입지는 급격히 약화됐고, 사업지마다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 아이파크도 무너졌다…광주 붕괴 사고 이후 반등 어려워
DL이앤씨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겪은 사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다. 2005년에는 4위에 오르며 안정적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지만, 2010년 7위, 2015년 8위로 하락한 데 이어,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붕괴 이후 모델하우스 폐쇄, 입주 지연, 시공사 변경 논의까지 이어졌고,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여러 논란에 연루되며 기업 이미지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많다. 결국 브랜드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사고 이후의 대응과 사회적 신뢰로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래미안의 독주는 여전…국민평형 최고가로 입증된 위상
이런 와중에도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브랜드 선호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매 조사에서 3위권 안에 들었고, 2024년에도 2위를 지켰다. 브랜드 가치가 가격으로 증명된 대표 사례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다. 전용 84㎡가 60억 원에 실거래되며 국민평형 기준 국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평당 1억7천만 원이 넘는 이 아파트는 래미안의 기술력과 입지, 그리고 브랜드 프리미엄이 모두 결합된 결과물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브랜드 관리에 있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안정성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하며 소비자 신뢰를 지켜냈다.

📌 브랜드는 ‘이름값’이 아닌 ‘행동’으로 쌓이는 자산
아파트 브랜드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좌우하는 실질적 가치로 기능하고 있다. 부동산 R114 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브랜드가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브랜드만으로 분양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결국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선 고급화를 지향하면서도 기존 브랜드의 중심 가치를 지켜야 한다.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에 집중한 결과 e편한세상의 위상이 무너졌듯, 브랜드 간 혼선은 기업 스스로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브랜드명보다 ‘그 이름이 담은 약속’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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