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소형 요격드론을 본격 도입하면서, VIP 경호 방식에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고 있다. 기존의 전파 방해 시스템으로는 방어가 어려워진 드론 공격에 대비한 실전형 장비로, 지난 7월 말 ‘해군의 날’ 행사에서 첫 공개 운용되었다. 해당 장비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표적을 자동 추적하고 직접 충돌해 격추하는 일명 ‘킬러 드론’ 유형으로, 소형화·자동화된 경호용 무기 체계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해군의 날 행사에서 첫 포착된 소형 요격드론
해당 장비는 7월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행사 중 푸틴 대통령의 깜짝 방문 당시 처음 포착됐다. 당초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발 드론 위협으로 인해 대규모 군중 관람 행사를 취소했지만, 푸틴은 해군 장병 격려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 영상에서는 경호요원 중 한 명이 국방색의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으며, 가방에서 삐죽이 나와 있던 ‘X자형 날개’를 가진 장비가 주요 군사 관측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장비는 TV 시커 및 열화상 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주야간·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비행체를 탐지하고, 자동 요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드킬’ 체계로 전환하는 드론 방어 전략
러시아의 이번 요격드론 실전 투입은 ‘소프트킬’ 방식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간 대부분의 VIP 경호나 기지 방어는 전파 교란 장비(재머)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킬 방어체계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사용한 자폭드론, 광섬유 유도드론, 저피탐 드론 등은 재밍 회피 능력이 뛰어나 단순한 방어로는 효과적인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소형·고속·정확한 요격 능력을 갖춘 드론을 직접 개발해, 방어체계의 주력 수단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요격드론은 목표물을 수동으로 지정하면 자동 추적하며, 최종적으로 표적에 자폭 충돌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천후 경호용 드론, X자형 기체로 휴대 가능
실전 투입된 요격드론은 휴대성과 민첩성을 극대화한 형태로, 가방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갖추고 있다. 각 날개에는 소형 프로펠러가 부착되어 있으며, ‘X자형’ 기체 구조를 채택해 직진 성능과 회피 기동을 극대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경호요원은 장비를 손으로 들어 발진시킬 수 있으며, 자동 추적 기능이 작동되면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 없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요격을 수행한다. 이 장비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방산업체는 “요격 대상이 정해지면 드론은 실시간 궤도 계산을 통해 최적의 충돌 경로를 자율 설계한다”며, “주간·야간·우천 환경 등 모든 조건에서 작전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중국도 하드킬 요격드론 개발 중
VIP 경호용 요격드론 개발은 러시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대통령 경호용 드론 요격 시스템인 ‘Golf Foxtrot-1’과 소총 연동형 자동 사격 제어장비를 개발 중이며, 미 해병대는 이를 분대 단위에 실전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시스템은 표적을 지정하고 방아쇠를 누르기만 하면, 자체 센서가 목표의 속도와 방향을 계산해 자동 발사 시점을 결정한다. 중국 또한 레이저 기반 요격 시스템과 더불어, 소형 자폭드론 형태의 요격체계를 시범 운용 중이다. 드론의 확산과 자율화가 가속화되면서, 드론을 잡는 ‘안티 드론’ 드론의 중요성은 전 세계 안보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경호 체계에서 일반 병력까지 확대 가능성
현재는 푸틴 대통령의 경호에 집중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이 요격드론 체계는 향후 일반 군 병력에도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규모 보병 부대가 자폭드론의 공격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휴대용 요격 장비의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일선 분대 단위로 소형 드론 요격 무기가 보급되면, 광범위한 방공망이 없이도 자력 방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군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드론 요격 시스템을 다각도로 개발하고 있으며, 정찰·통신·기상 장애를 극복하는 자동 요격 기술 확보가 미래 병력 운용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현장 영상 신빙성 논란…진짜 실전인가?
한편, 해당 요격드론이 포착된 영상 자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7월 27일로 알려진 영상 속에서 일부 인물들이 두꺼운 겨울 패딩과 코트를 입고 있어, 실제 행사 날짜와 영상 촬영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행사 연출을 위해 이전 촬영된 테스트 영상을 삽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장비의 존재와 실전 적용 여부이며, 러시아가 실제 전장에서 요격드론을 실전 배치한 사실 자체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드론은 영상 외에도 다수의 현지 오신트(OSINT) 분석자와 국방 관측자들이 독립적으로 동일 장비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 언론들도 관련 내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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