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황의 끝과 조선도시의 눈물
2010년대 초반 거제도는 조선업의 활황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수주와 고임금 일자리 덕분에 인구 유입, 부동산 가격 폭등, 상권 활성화가 동시에 진행되어 ‘기회의 땅’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룸 월세가 80만 원, 투룸 전세가 3억 원까지 오르며 거제도는 국내 대표적인 조선도시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국제 유가 폭락과 조선산업 붕괴, 그 후유증
하지만 2015년 국제유가 급락과 함께 글로벌 해운·조선 경기의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거제도는 2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상가 공실과 지역 경제 붕괴, 인구 감소가 눈에 띄게 진행되며, 부동산 시장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업 슈퍼호황 속 부동산 ‘폭망’: 진짜 이유
2021~2025년 조선업이 다시 글로벌 수주 1위,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 수주 등으로 ‘슈퍼호황’을 맞이했음에도, 거제 부동산 시장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9% 이상 하락했고, 전세가격도 5~7% 하락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기도 하였으나, 대다수 지역에서는 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구·임대수요 변화: ‘외국인 단기 노동자’가 미치는 충격
본질적인 변화는 거주 인구 구조에 있습니다. 최근의 조선업 호황이 내국인 장기 체류 인구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대부분 외국인 및 비정착 인력이 단기·기숙사 중심 근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가족 단위의 내국인 근로자가 거제에 정착해 실수요 주택 거래와 소비를 유발하는 구조에서, 이제는 출퇴근 또는 기숙사 중심, 임시 외국인 노동자 위주로 변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아파트 임차·매매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과잉 공급: 미분양과 공실의 덫
2025년 기준 거제시 미분양 아파트는 9,000세대를 넘고 있습니다. 신규 분양, 공사 중인 단지가 계속 시장에 나오고 있으나, 실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미분양과 공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고현동, 빅아일랜드, 옥포 등 일부 신규 개발 지역을 제외하면,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거래량과 가격 모두 침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체감: “이러니 망하지”
거제 지역민들은 “외국인 노동자만 늘었지, 거제에 살고 싶은 사람이 줄었다”, “전세금은 계속 떨어지고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등 장기적인 불황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상가 공실, 인구 유출,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 등이 맞물려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지자체·시장 해법 모색
지자체는 KTX와 가덕도 신공항 등 장기 교통 인프라, 해양복합도시 개발, 대형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분양 누적, 인구 감소, 고정 수요 부족, 외국인 노동자 위주 고용 구조 변화 등 단기적으로는 회복세 반전이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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