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다시 해군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만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을 두 척 진수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남포조선소에서 대규모 군사 행사를 열고 “내년까지 추가 구축함 건조”를 선언했다. 단기간 내 해군력 증강을 추진하는 북한의 속내에는 군사적 과시뿐 아니라 국제적인 메시지, 그리고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벌어진 ‘망신 사건’ 이후에도, 오히려 더 과감한 일정이 추진되는 배경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앞에서 전복된 전함…망신 직후 다시 강행된 진수식
지난 4월, 북한은 첫 번째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함을 성대하게 진수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달 열린 두 번째 구축함 진수식에서는 전례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배가 구조물 지지 없이 기울어져 전복되는 장면이 촬영되며 북한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 사고는 군사 전시를 통해 체제 선전을 극대화하려던 김정은의 구상에 타격을 입힌 사건이었다. 하지만 불과 23일 만에 북한은 다시 진수식을 강행하며 ‘강건호’라는 이름의 신형 구축함을 또다시 공개했고, 이번에는 일정상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철저한 통제 속에 진행되었다.

북한이 추진 중인 ‘5천급 구축함’의 실체는?
북한이 밝힌 ‘5,000톤급’ 구축함은 외형상 중형 구축함 수준으로 보이지만, 실제 전투 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인 구축함 건조에는 최소 3~5년이 소요되며, 고속 기동, 다층방어, 전자전 장비, 대공·대함·대잠 무기체계가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북한이 2023년과 2024년 사이 단기간에 두 척을 진수했다는 점은 이들이 전술 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에서 해당 함정에는 복잡한 센서나 대공 체계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일부 러시아형 미사일 발사관 구조만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핵무기 운반 능력 강화에 집중한 일종의 이동식 해상 발사체로 보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력갱생? 실제론 러시아 기술 흡수 가속화
북한은 공식 매체를 통해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의 투쟁 정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한 기술 이전이 핵심 동력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과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 해군 기술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전자전 시스템, 엔진 설계, 함대공 미사일 체계 등 일부 핵심 구성 요소는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지목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탄약을 지원받는 대가로 해군 기술 일부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은 이를 통해 빠르게 구축함 생산 공정을 간소화하고 실제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 팽창이 우선…질보다 ‘보여주기용’ 해군력 강화
북한이 추진하는 해군 현대화는 질적 완성도보다는 ‘양적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은 내부 선전용으로 연이어 대형 함정을 선보이며, 주민들에게 ‘국가 핵무력의 전방위 구축’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실제 전장에서의 전투 효율보다는 해상 미사일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우회하기 위한 ‘분산 발사 전략’의 일환이자, 전략적 억지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특히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해상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은, 전략적 ‘세컨드 스트라이크’ 옵션 확보로 해석될 수 있어 인근국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부담 느끼는 북한의 무리한 속도전
북한의 잇따른 해군력 과시는 단순한 군사전력 확대가 아니라, 국제질서 내 ‘전략적 존재감’ 확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이같은 속도전은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요소가 된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 구도에서 북한의 돌발 행동이 자신들의 외교 전략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을 받아 해상 핵 투사 플랫폼을 확대할 경우, 이는 동북아 전역의 전략 균형에 심각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북중러 삼각 구도에서도 북한의 구축함 증강은 ‘공감대 있는 협력’이라기보다는 각자 속내가 엇갈린 ‘필요한 만큼의 협력’으로 이해되는 분위기다.

북한 해군, 실전 운용능력은 여전히 의문
전시작전 통제력, 통신체계, 전자전 대응능력 등 실질적인 해군작전 수행 능력에서 북한은 여전히 한계가 크다. 구축함을 단기간에 양산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 고급 센서, 통합전장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더불어 북한 해군은 대부분의 해상전력이 연료 부족, 유지보수 미비, 훈련 미흡으로 인해 장기 항해나 복합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해군의 목적은 실전보다는 정치·전략적 메시지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함정 숫자보다는 실제 작전 운용 능력과 훈련 강도가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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