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계약 체결…한국 방산 수출의 새 역사
현대로템이 폴란드 군비청과 약 65억 달러(한화 약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체결된 1차 계약의 후속으로,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공동 개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방산 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전차 납품에 그치지 않고, 폴란드를 유럽 내 K2 전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K2 전차 현지형 모델 K2PL, 본격 양산 시작
이번 계약에는 폴란드 수요에 맞춰 개량된 K2PL 전차 64대를 포함해, K2GF MBT 추가 물량 116대, 그리고 K2 플랫폼 기반의 구난전차·교량전차·개척전차 등 계열 차량 81대가 포함됐다.
특히 K2PL은 폴란드군의 작전 환경과 요구 사항을 반영해 방호력과 생존성을 대폭 향상시킨 최신 전차로, 능동방호장치(APS), 드론 재머(ADS),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개선된 장갑 등 첨단 방어 시스템이 대거 적용되었다. 기존 K1 플랫폼이 아닌 K2 기반의 계열 전차가 적용되는 것도 이번 계약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현지 생산·MRO 포함한 ‘폴란드형 방산모델’ 수립
2차 계약의 핵심은 단순 물량 공급이 아니라 폴란드 현지에서의 전차 양산을 포함한 기술 이전 및 유지보수(MRO) 체계 구축이다. 폴란드 PGZ 그룹 산하 방산업체인 부마르(Bumar)는 현지 K2PL 생산을 담당하게 되며, 현대로템은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이전과 설비 지원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폴란드는 단기간 내에 K2PL의 자국 내 양산 체제를 확보하게 되고, 유럽 내 타국에 대한 잠재 수출도 가능해지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는 한국형 전차 기술이 유럽 방산 생태계에 편입되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드론 전장 대비한 차세대 K2PL, 유럽 전장 변화 대응
이번에 계약된 K2PL은 유럽 전장 환경에서 점점 더 강조되는 드론 대응 능력과 전자전 대비 기능을 강화했다. APS는 러시아산 대전차미사일과 같은 정밀 무기 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ADS는 드론의 통신을 교란해 임무 수행을 무력화하는 전자전 방어 체계다.
여기에 자동화된 원격사격체계가 탑재되어 탑승 병력의 노출을 줄이고, 강력한 복합 장갑이 추가되어 생존성이 극대화됐다. 이는 전통적인 기갑전에서 드론·전자전 중심의 현대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개량이라는 평가다.

2022년 1차 계약 이후 본격 확대…K2 1000대 수출 가시화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 공급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8월 180대에 대한 1차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 1차 계약분은 긴급 도입 수요로 2025년까지 모두 납품이 완료될 예정이며, 2차 계약분 생산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2차 계약이 체결되면서 전체 1000대 공급 계획 중 약 440대가 확정되었고, 나머지 물량도 향후 계약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지상 무기 계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 내 K2 허브화 전략…글로벌 방산 공급망 개편 신호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K2 전차의 유럽형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단순한 구매국이 아닌 공동 생산국으로 폴란드를 전환하면서, 유럽 내 다른 NATO 국가들에 대한 수출 가능성도 확대된다.
K2PL은 향후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국가의 차세대 전차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MRO 기술까지 이전해 현지에서의 유지·보수 역량까지 완전한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산 관계자들은 이를 ‘K-방산의 시스템 수출 모델’로 분석하며, 폴란드를 K2 유럽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게 향후 한국 방산 산업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