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갯벌 체험, 낚시 등을 한 뒤, 다리나 발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피로, 근육 긴장, 일시적인 혈류 문제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해수에 접촉한 후 갑작스럽게 다리가 붓고 통증이 동반되며, 피부색이 변하거나 미열이 난다면 단순 부기가 아니라 ‘비브리오 패혈증’ 초기 증상일 가능성을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 간질환,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감염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명적일 수 있어 초기 증상에 대한 인식과 즉각적인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해수에 상처 부위가 노출된 경우라면 감염 경로는 더욱 분명해지며, 단순 피부 트러블과는 구별되는 병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 해수에 존재하는 강력한 세균 감염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라는 세균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이 균은 해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9월 사이에 급격히 증식하며, 오염된 바닷물이나 어패류에 접촉하거나 이를 섭취함으로써 사람에게 전염된다. 피부에 상처가 있는 상태로 바닷물에 접촉하거나, 생선을 손질하다 미세한 상처가 생긴 경우에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이 균은 조직을 빠르게 파괴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어, 감염 후 수시간 내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패혈증으로 진행될 경우 사망률이 50% 이상으로 매우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감염 초기 경고신호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의료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증상은 피부 변화와 극심한 통증, 그리고 전신 감염 반응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초기 증상은 비교적 명확하다. 감염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며 강한 압통이 발생하고, 이후 물집과 출혈성 수포가 생기고, 피부색이 자주색이나 검붉게 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또한 고열, 오한, 전신쇠약, 혈압 저하 같은 전신 패혈증 증상이 동시에 진행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감염 후 24시간 이내에 괴사성 근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적절한 항생제 투여와 함께 외과적 절제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바닷가에서 경미한 상처를 입고 돌아온 뒤, 다리 부종과 고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패혈증 단계에 접어든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면역저하자와 간질환 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 가능성이 낮지만, 간경변, 알코올성 간염, 당뇨병, 만성 신부전, 암 치료 중인 환자 등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은 비브리오 패혈증에 취약하다. 특히 간질환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철분 농도가 높아 비브리오 균이 빠르게 증식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러한 고위험군은 단순한 피부 감염으로 끝나지 않고 전신 패혈증으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산물을 날로 먹는 것을 삼가야 하며, 해수 접촉도 주의해야 한다. 조개류나 생선회, 해물탕 등 조리되지 않은 어패류를 섭취한 뒤 복통이나 피부 변화가 생긴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으며, 수술적 조치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방이 최선이며, 상처 관리와 위생이 핵심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예방이 가능하다. 우선 해수에 접촉하기 전 상처가 있다면 반드시 방수 밴드나 보호구를 착용하고, 해산물 조리 시에는 장갑을 끼고 절대로 맨손으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 손에 상처가 있을 경우 생선을 손질하는 행위 자체를 피해야 하며, 해산물은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여름철 물놀이 후 붓기, 통증, 발열 등이 동반된다면 스스로 진통제나 파스 등으로 넘기지 말고 감염 여부를 병원에서 확인받아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은 비브리오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계절에는 바닷물과의 접촉을 아예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상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계절인 만큼, 물놀이 후 몸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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