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찹은 흔히 정크푸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햄버거나 감자튀김에 곁들이는 대표적인 소스로, 당분이나 나트륨이 많다는 이유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케찹의 주성분이 토마토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해롭다고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가공 과정을 거친 케찹에는 생토마토보다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과 ‘카로틴’이 더 농축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이는 가공과 열처리가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며, 가공 형태에 따라 특정 영양소의 생체이용률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라이코펜은 열을 가해야 체내 흡수율이 올라간다
라이코펜은 토마토의 붉은 색을 내는 천연 색소이자,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물질이다. 문제는 생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은 세포벽 속에 단단히 갇혀 있어 소화관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무너지면서 라이코펜이 자유롭게 풀려나와 흡수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미국 농무부(USDA)의 자료에 따르면, 익힌 토마토 소스나 케찹의 라이코펜 농도는 생토마토보다 최대 3~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단순한 함량 차이가 아니라, ‘체내에서 실제 활용되는 양’에 있어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다. 특히 라이코펜은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율이 더 올라가므로, 약간의 기름이나 단맛을 포함한 케찹은 오히려 생토마토보다 영양학적으로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케찹의 카로틴 함량 또한 조리 과정에서 오히려 증가한다
케찹에 포함된 또 하나의 주요 성분은 ‘β-카로틴’이다. β-카로틴은 비타민 A의 전구물질로서, 시력 보호와 면역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가열 조리 시 파괴될 것으로 여겨지지만, 일정 온도 이하에서 조리될 경우 세포 내에 존재하던 β-카로틴이 안정화되면서 오히려 추출 비율이 높아진다. 토마토를 오랜 시간 끓이고 졸이는 케찹 제조 과정은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

또한 케찹은 원재료로 사용되는 토마토의 양이 많고, 수분이 증발되어 고형분이 농축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부피 대비 항산화 성분이 더 농축되어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케찹을 소량 섭취하는 것은 단순한 기호식품 이상의 건강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설탕과 나트륨’, 성분표 확인이 핵심이다
물론 케찹을 건강식품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상업용 케찹 대부분은 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나트륨을 첨가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고과당 옥수수시럽 같은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케찹의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며 섭취할 경우에는 반드시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분 함량이 낮고, 무가당 또는 무설탕 제품,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충분히 건강한 식단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 기능성 케찹’이라는 이름으로 라이코펜 강화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토마토소스가 주식인 지중해 식단에서도 익힌 토마토 제품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산화가 필요한 현대인에게 케찹은 의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라이코펜과 카로틴은 모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물질로, 노화 예방, 심혈관 질환 감소, 피부 보호, 전립선암 예방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입증되어 있다. 현대인의 식단에서 신선한 채소 섭취가 부족하다면, 익힌 형태의 토마토 제품을 일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곁들이는 달걀, 치킨, 샐러드 등에 무설탕 케찹을 소량 곁들이는 것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항산화 효과를 보완하는 식단 전략이 된다.
결국 케찹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는가에 따라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이다. 잘 고른 케찹은 오히려 생토마토보다 ‘더 효율적인 항산화 공급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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