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있어 운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는,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 높은 운동을 단 한 번만 해도 우리 몸이 암세포에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지속적인 훈련이 아니더라도 단발성의 고강도 운동만으로도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며, 실제로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존의 운동 개념을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체력 향상이 아닌, 면역반응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자극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유도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 10분의 고강도 운동으로도 면역세포가 깨어난다
호주 시드니대학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공동 연구에서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10~15분가량의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을 실시한 뒤 혈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그 직후 NK세포(자연살해세포)와 T세포 같은 면역세포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들 세포의 활성도 또한 증가한 것이 관찰되었다.
이 면역세포들은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뿐 아니라 초기 암세포를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세포들이다. 더욱이 고강도 운동 후에는 면역세포가 단순히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 표면의 비정상 단백질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능력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감신경 자극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항암 효과를 만든다
고강도 운동이 항암 면역을 자극하는 데에는 생리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증하게 된다. 이 물질들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면역세포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몸 전체를 순환하게 만들며, 동시에 암세포가 분포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침투를 가능하게 한다.
일종의 ‘전신 경계 상태’가 형성되며, 이는 면역 시스템의 순발력과 반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운동은 단순한 열량 소모를 넘어, 신경계와 면역계를 자극하여 암세포에 대한 방어 체계를 예민하게 만드는 생체 반응을 일으킨다.
지속적 운동만이 아니라, ‘자극 강도’가 더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항암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면 유산소 위주의 규칙적인 중강도 활동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들에 따르면 운동 시간이나 빈도보다는 ‘운동 중 몸이 받는 자극의 강도’가 면역세포를 자극하는 핵심 요소로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빠르게 계단을 오르거나, 전력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처럼 짧고 강한 움직임이 더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강도 운동은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의학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비교적 건강한 성인이라면 일주일에 몇 차례의 짧은 강도 높은 운동이 항암면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운동이 면역요법이다’라는 말이 근거를 얻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암 면역치료와도 연결된다. 항암 치료 중 면역세포의 반응을 높이기 위한 ‘면역요법’이 병행되는 추세인데, 운동이 이러한 면역 반응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라는 것이다.
특히 치료 중에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이 유지된다면, 짧은 고강도 운동이 항암치료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신체적 면역 증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개인의 예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이 방식은 비용이나 접근성의 제한이 적고, 일반인 누구나 실천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방의학적 가치가 크다. 운동이 더 이상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닌,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리적 치료 행위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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