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음주 후 다음 날 아침에는 두통, 갈증, 속쓰림, 피로감 같은 숙취 증상이 따라오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유독 술을 많이 마셨어도 다음 날 아무런 증상 없이 멀쩡하다면 오히려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갈증이나 어지러움 없이 ‘개운하다’, ‘술이 잘 깬다’는 느낌이 반복적으로 드는 경우, 그 원인이 단순한 체질이 아니라 ‘당뇨병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다.
이는 음주로 인해 당 대사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자각 증상이 둔화된 상태일 가능성을 뜻하며, 실제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음주 후 숙취 증상이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즉, 숙취가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이 아니라, 신체가 경고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알코올 대사와 혈당 조절 시스템은 깊게 연결돼 있다
술을 마시면 간에서는 알코올을 분해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하고, 이후 이를 다시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간은 포도당 신생합성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되며, 이로 인해 체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혈당이 떨어지면 두통, 현기증, 피로감 같은 증상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이미 당 대사 기능에 문제가 생긴 사람은 이런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당뇨병 초기나 공복혈당장애 환자들은 저혈당이 와도 불쾌감이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거나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술을 마신 뒤 아무렇지 않다는 느낌은 실제로는 몸이 혈당 변화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술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음주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당뇨병 발생 위험을 키운다. 알코올은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손상시켜 인슐린 분비를 방해할 뿐 아니라, 근육과 간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낮춘다. 이로 인해 혈중 포도당이 효과적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남게 되며, 결국 고혈당 상태가 지속된다.
또한 음주 중에는 단 음료나 고지방 안주를 함께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식습관과 맞물려 당대사 기능에 이중 부담을 준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더라도 당장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고, 숙취가 없다는 이유로 음주에 대한 경계심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숙취 증상 둔감화는 자율신경 기능 저하 신호일 수 있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자율신경계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는 위장운동, 심박 조절, 땀 분비, 혈압 유지 같은 무의식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손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무증상 저혈당’, ‘갈증 인식 저하’, ‘배뇨 이상’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자율신경계가 손상되면 음주 후 생겨야 할 숙취 반응도 무뎌질 수 있다.
숙취는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인데, 신경계가 이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기능이 떨어지면 두통이나 메스꺼움 같은 반응 자체가 사라지거나 약해지게 된다. 즉, 숙취가 없다는 것은 몸이 회복됐다는 뜻이 아니라, 감각이 마비된 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년 이상에서 숙취가 줄어들었다면 반드시 혈당이나 간 기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술이 세졌다’고 착각하지 말고 혈당부터 점검해야 한다
한때는 한두 잔만 마셔도 다음 날 속이 불편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마셔도 멀쩡하다고 느껴진다면 ‘체질 변화’보다는 대사 변화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술이 잘 받는다는 느낌은 간 해독 능력이 좋아진 결과가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둔화와 혈당 경고 시스템의 이상을 뜻할 수 있다.
실제로 무증상 당뇨병 환자나 공복혈당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음주 후에도 불편함 없이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액검사에서는 고혈당이나 고중성지방 수치가 발견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숙취가 없다는 이유로 안심하기보다는, 최근 음주 반응이 달라졌다면 병원에서 간 기능과 혈당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비해 갈증이 심해졌다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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