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타리카 연안에 사는 ‘쿠나족’은 평균적으로 하루 4잔 이상의 순수 코코아 음료를 섭취하는 식문화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에게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만성질환 발병률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에서 진행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쿠나족이 섭취하는 천연 코코아 속 플라바놀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혈관 내피 기능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되었다.
심지어 도시로 이주해 코코아 섭취를 중단한 이들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었다는 결과까지 나오며, 이들의 낮은 질환율은 코코아 섭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얻었다. 단순히 기호 음료로 치부됐던 코코아가 건강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코코아 속 플라바놀은 혈관을 넓히고 염증을 억제한다
코코아가 심장 건강에 긍정적인 이유는 그 안에 다량 함유된 ‘플라바놀(flavanol)’ 성분 때문이다. 플라바놀은 폴리페놀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산화질소(NO)의 생성을 촉진시키며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는 곧 혈압을 안정시키고,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만성 염증 반응을 줄여 혈관 내 플라크 축적을 막고, 동맥경화의 위험을 낮춰주는 작용도 한다. 이와 관련해 유럽심장학회지(EHJ)에 실린 논문에서는 플라바놀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코코아는 그 대표적 공급원으로 소개되고 있다.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준다
코코아는 당뇨병 예방에도 유익한 역할을 한다. 플라바놀은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해 포도당이 혈액 속에 오래 머무는 것을 방지하고, 근육이나 간세포로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돕는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효과적이며, 제2형 당뇨의 주요 원인인 만성 혈당 불균형을 조기에 제어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코코아 속 식이섬유와 마그네슘 역시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해주고, 장기적으로 혈당 수치를 안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실제로 미국 영양학회지(AJN)에 발표된 실험에서는 매일 2주간 코코아 음료를 섭취한 실험군의 공복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단순한 당 억제가 아닌, 대사 자체의 건강 회복을 의미한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여준다
코코아는 지질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다크 코코아 속 카카오 성분은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을 산화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동시에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혈관 내 노폐물 침착을 줄이고,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서 코코아 섭취 후 혈중 지질 수치가 개선되었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단, 여기서 핵심은 ‘순수 코코아’이며, 설탕이나 크림이 많이 들어간 초콜릿 음료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중요한 건 가공이 아닌 ‘순도 높은’ 코코아를 선택하는 것
코코아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코코아 제품은 설탕, 유제품, 첨가물 등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진정한 건강 효과를 기대하려면 설탕이나 우유가 첨가되지 않은 ‘비가공 순수 코코아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100% 다크 코코아나 고함량 카카오 초콜릿도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하루 2~3티스푼 정도의 적정 섭취가 권장된다. 또한 공복보다는 식후 혹은 아침 시간대에 마시는 것이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 달콤한 맛을 기대하기보다 플라바놀의 쌉쌀한 본래 맛을 즐길 줄 아는 식습관이 결국 건강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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