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00㎞ 넘게 뻗어나간 세계 최장 번개에 학계가 주목했다. 지난달 31일자 국제 학술지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BAMS)에 소개된 이 번개는 2017년 미국에서 발생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에 따르면, 이 번개의 길이는 829㎞로 2017년 10월 22일 미국 남부 텍사스주 동부에서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근교에 걸쳐 관측됐다. 2020년 4월 기록된 768㎞보다 훨씬 긴 번개로, 관측 오차는 ±8㎞다.
WMO 랜들 서베니 연구원은 “번개는 미국 중부의 광활한 영역을 뒤덮은 대규모 폭풍 속에서 발생했다”며 “당시 이외에도 여러 개의 장거리 번개가 확인됐고, 이번에 3건이 자세히 분석됐다. 그 결과, 메가플래시(megaflash)의 정의가 재검토될 만큼 긴 번개가 특정됐다”고 전했다.

메가플래시란 수백㎞ 이상 뻗는 기나긴 번개를 일컫는다. 무려 829㎞나 되는 세계 최장 번개의 위성사진을 보면, 빨간 원은 양의 전하, 파란 원은 음의 전하를 각각 갖는 번개 가지를 보여준다.
랜들 서베니 연구원은 “기술의 진보가 기록 경신을 가능하게 했다. 이 번개는 기상위성의 기술적 진보 덕분에 뒤늦게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며 “2017년에는 검출할 수 없던 현상이 최근 고정밀 관측기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번개는 폭풍이 발생한 지역에서 상당히 멀리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번개가 치는 예상치 못한 현상은 그 때문”이라며 “메가플래시는 번개의 빛이 뇌운 속을 수평으로 매우 길게 전달되는 현상으로, 장관이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대개 번개는 구름과 지표 사이에 발생하며 그 거리도 10㎞ 미만인 경우가 많다. 메가플래시는 번개 구름 속을 가로로 수백㎞ 이상 이동한다. 상공 약 3000~5500m 중층에서 상층에 걸쳐 나타나 지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직접적인 피해도 적다. 다만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거나 가끔 산불의 원인이 된다.
메가플래시는 대기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해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미국 중서부와 남미, 프랑스 남부 등 특정 지역에서 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최장 시간 지속된 번개는 2020년 6월 18일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북부에서 관측된 17.102초짜리다. 낙뢰로 인한 석유탱크 화재로 469명이 숨진 1994년 이집트 참사는 번개에 의한 최다 간접 사망 기록을 남겼다. 단독 낙뢰로 인한 최다 사망자를 낸 사고는 1975년 짐바브웨 오두막 참사(21명 사망)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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