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몇 개 남지 않은 몽골 유목민의 오래된 두루마리 해독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성공했다. 두루마리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비롯해 복과 행운을 바라는 유목민의 간절한 마음이 적혀 있었다.
독일 베를린 민족학박물관(Ethnologisches Museum) 인류학 연구팀은 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몽골 유목민들이 소유했던 두루마리 속 만트라(다라니)의 해독이 일부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ultural Heritage에 먼저 소개됐다.
먼 옛날 몽골 유목민들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글을 두루마리에 적곤 했다. 영험한 힘이 담겼다고 믿는 단어, 즉 만트라로 구성된 저마다의 문장을 두루마리에 적고 이를 소지하거나 불단에 모셨다.

이번에 분석된 두루마리는 양피지 재질로 몸에 지니기 편한 높이 4.8㎝, 폭 1.8㎝의 크기다. 옆으로 펼칠 경우 길이 80㎝가 넘으며, 이를 50회 이상 둥글게 말고 황견 주머니에 넣었다. 1932년 베를린 민족학박물관에 소장된 이래 수차례 해독이 시도됐다가 최신 기술로 그 내용이 드러났다.
조사 관계자는 “몽골 유목민이 만든 수많은 두루마리는 1921년 몽골혁명 당시 불교 문화재가 파괴될 때 거의 소실됐다”며 “현재는 20점 정도만 존재할 만큼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분석한 두루마리는 긴 양피지에 만트라가 적혀 있고 여러 겹으로 접혀 형태는 그대로 보존됐다”면서도 “두루마리의 주재료인 양피지가 오래된 탓에 물리적으로 열려고 하면 쉽게 파손돼 조사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독일 헬름홀츠연구소와 연계해 싱크로트론 X선 토모그래피(synchrotron X-ray tomography)라는 최신 기술로 두루마리를 비파괴 조사했다. 두루마리 전체를 단층 촬영해 무려 2570매의 사진을 얻은 뒤 다시 3D 이미지로 단일화했다.
그 결과 두루마리 속 만트라의 해독이 가능했다. 옴 마니 밧메 훔(Om mani padme hum)이라는 문구가 확인됐는데, 이는 고대 인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짧은 만트라로 육자대명주(六字大明呪)와 같다. 죄악이 죄다 사라지고 모든 공덕이 살아난다는 불교진언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도말 중 하나로 관음보살의 자비와 지혜를 상징한다.
연구팀은 만트라를 쓸 때 사용한 먹에 금속 입자가 포함된 사실도 알아냈다. 일반적인 중국 먹물이 동물성 아교와 그을음을 섞어 만든 점에서 만트라를 새긴 먹물은 특별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사 관계자는 “본래 만트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짧은 글로 응축해 마음에 담기 위한 것으로, 불전 자체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르침의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견을 가능하게 해 준 싱크로트론 X레이 토모그래피는 시간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고고학 분야에서는 아직 일반적인 기술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성과는 귀중한 문화재나 고고학적 자료의 비파괴 조사의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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