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투숙객들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 중 청소가 가장 잘 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의외로 가장 자주 손이 닿지만 관리에서 소외되는 물건이 바로 ‘TV 리모컨’이다. 미국 휴스턴대학교의 환경위생연구팀이 실제 9개 호텔 객실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리모컨의 세균 오염도가 욕실 변기 손잡이보다 높게 측정되었다. 리모컨에는 사람 손에서 옮겨진 세균, 호흡기 분비물, 피부 박테리아 등이 다량 부착되며, 객실 청소 시 제대로 소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호텔 청소 직원들이 침구, 화장실, 바닥은 정기적으로 청소하지만 리모컨은 ‘단순 정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러 투숙객이 공유한 리모컨은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을 만큼 위생적으로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리모컨에 쌓이는 세균은 어떤 종류인가
호텔 리모컨 표면에 검출되는 주요 세균은 일반 환경균뿐 아니라 잠재적 병원균도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대장균(Escherichia coli), 장구균(Enterococcus faecalis) 등이 존재할 수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피부 감염, 장 질환, 호흡기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감기에 걸린 투숙객이 기침한 손으로 리모컨을 만졌다면 바이러스가 수 시간 이상 표면에 남아 있을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가 이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리모컨은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에 세균이 표면에 쉽게 달라붙고, 구조상 세척도 어렵다. 특히 버튼 틈 사이에는 먼지와 이물질이 축적되기 쉬워, 장기간 청소하지 않으면 세균 증식의 온상이 되기 쉽다.
시트나 욕실보다 청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
호텔 객실 청소 매뉴얼에서 리모컨은 필수 항목이 아니거나, 청소 시간이 부족할 경우 생략되기도 한다. 청소 인력의 수와 작업 시간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눈에 잘 띄는 곳이나 고객 불만이 많았던 곳부터 우선 정리하게 되는데, 리모컨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인다’는 시각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더욱이 리모컨에 직접 음식물이나 체액이 묻지 않는 한 오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객실 청소 체크리스트에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호텔에서는 플라스틱 커버나 일회용 위생랩을 씌우는 방식으로 위생을 유지하려 하지만, 중저가 호텔에서는 그런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숙박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셈이다.
호텔 이용 시 위생을 지킬 수 있는 개인적인 대응
이러한 위생 사각지대에 대비하기 위해 호텔 투숙 시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것은 소독용 알코올 티슈를 챙겨 리모컨, 전등 스위치, 전화기, 문손잡이 등 손이 자주 닿는 곳을 닦는 것이다. 알코올은 대부분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사용 직후 손을 씻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리모컨 전체를 투명 위생봉투에 넣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리모컨 전용 위생 커버가 포함된 호텔도 있으나, 없는 경우에는 위생백 하나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공시설의 접촉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이러한 기본 수칙만 지켜도 상당한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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