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는 기본적으로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식재료지만,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그 감칠맛이 반도 나오지 않는다. 특히 시중에서 파는 ‘꿀고구마’처럼 안쪽이 촉촉하고 시럽처럼 흐르는 단맛을 내기 위해선 단순히 굽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사람들은 종종 고구마 자체의 품종 차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조리 전 과정에서의 전분 변화가 큰 역할을 한다. 고구마의 천연 당분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전분이 당으로 변환되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 조건이 바로 ‘냉동 보관’이다. 생고구마를 바로 굽는 것보다 냉동을 거쳐 구웠을 때 훨씬 더 단맛이 풍부해진다.

냉동 후 조리하면 전분이 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이 활발해진다
고구마 속 전분은 낮은 온도에 노출될수록 당화 효소에 의해 말토스와 같은 단당류로 전환된다. 이 과정을 ‘저온 당화’라고 하며, 전분이 단맛을 내는 당분으로 변화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구마를 냉동 보관하게 되면 세포벽이 깨지면서 내부 전분 구조가 느슨해지고, 이후 열을 가했을 때 당화 반응이 훨씬 쉽게 일어난다.
이 때 생성되는 당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극대화하며, 꿀처럼 끈적하고 윤기 있는 고구마 식감을 완성한다. 이는 냉동고에서 며칠 묵힌 고구마를 구웠을 때 단맛이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화가 활발해지는 온도 구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굽는 온도와 시간도 단맛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냉동한 고구마를 단맛 나게 굽기 위해선 조리법도 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180~200도 고온에서 짧게 굽는 경우 단면은 익지만 내부 당화는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는 방식이 꿀고구마를 만드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오븐이라면 130도에서 90분 이상 굽는 것이 이상적이며, 이 방식은 내부의 효소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해준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고구마 안쪽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당분이 겉으로 배어 나오며 껍질과 닿아 캐러멜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찐한 꿀고구마’다.

품종보다 중요한 건 ‘보관’과 ‘조리’의 디테일이다
흔히 ‘밤고구마’보다는 ‘호박고구마’가 더 단맛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품종보다는 조리 전 냉동과 같은 환경 조건이 더 중요하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덜 달다고 알려진 밤고구마도 냉동 후 저온에서 장시간 굽게 되면 꿀고구마처럼 단맛이 강해진다.
냉동은 고구마의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수분이 내부에 고르게 분포되도록 돕기 때문에 굽는 과정에서도 촉촉함이 유지된다. 반대로 상온 보관만 해온 고구마는 내부 전분 구조가 견고하고, 단맛 전환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퍽퍽하거나 덜 달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품종’보다 ‘과정’이 단맛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꿀고구마 만들기의 정석, 이렇게 하면 실패 없다
고구마를 꿀처럼 달게 만들기 위해선 정해진 순서를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고구마는 껍질째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냉동실에 24시간 이상 얼린다.
둘째, 꺼낸 후 해동하지 말고 바로 오븐에 넣어 130도에서 90분 이상 천천히 구운다.
셋째, 다 구운 뒤에는 꺼내서 호일에 감싸 10분 정도 여열로 숙성시키면 단맛이 더욱 배가된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가열 중 뒤집지 않고 한 면에서만 구워야 캐러멜화가 진하게 형성된다. 이 모든 과정이 고구마를 꿀처럼 달게 만드는 데 핵심이다. 마트에서 사먹던 꿀고구마 이상의 맛을 집에서도 충분히 낼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