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 화석을 가공한 고대 로마의 부적이 스페인 아르메아에서 발굴됐다. 정교하게 깎아내고 가죽이나 금속을 덧대 만든 이 부적은 여러 생물의 화석을 액을 막는 용도로 썼다는 고대 로마의 기록과 일치한다.
스페인 비고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삼엽충의 일종인 고생물 콜포코리페(Colpocoryphe)속 화석을 가공한 장신구가 로마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사를 주도한 비고대 고생물학자 아돌포 페르난데스 교수는 “콜포코리페속은 고생대 6기 중 두 번째 기인 오르도비스에 서식한 절족동물”이라며 “화석 분석 결과 1~3세기 금속이나 가죽을 부착해 액세서리나 부적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목할 것은 화석의 뒷면에 분명히 사람 손으로 깎인 흔적이 최대 7곳이나 있다는 사실”이라며 “고대 로마인들은 화석에 신비한 힘이 깃든다고 믿었다. 특히 삼엽충의 등은 갑옷처럼 생겨 강한 수호의 힘이 있다고 여긴 듯하다”고 덧붙였다.
로마인들은 대형동물의 화석을 신화 속 거인이나 영웅의 뼈로 봤고, 소형 무척추동물의 화석을 부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팀이 조사한 샘플은 중앙에 구멍을 뚫어 삼엽충을 고정하고 뒷면에 다른 가죽을 바느질한 팔찌와 금속 틀에 끼운 펜던트 등 두 가지다.

아돌포 교수는 “화석의 성분 조성을 알아보니 스페인 중부 톨레도와 시우다드레알 지역의 것으로 파악됐다”며 “화석 발견지인 아르메아까지는 430~450㎞ 떨어져 있어 아마도 고대 로마의 교역로인 은의 길(Via de la Plata)을 통해 운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장거리를 이동해 온 점에서 삼엽충 화석이 당시 얼마나 귀하게 취급됐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화석은 고대인들이 삼엽충 화석을 가공한 12번째 사례로, 선인들이 화석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게 해 줄 귀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프랑스에서 1만4000년 전 삼엽충 펜던트, 중세 에스토니아 묘지에서 화석 부적, 아메리카 원주민 유트족 유적에서 수서곤충 화석 부적 등을 발굴했다. 다만 고대 로마의 문화와 관련된 고생물 화석 부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는 아르메아 삼엽충 화석은 약 2000년 전 고대 로마인들이 태고의 생물의 존재를 이해하고 이를 신앙이나 일상생활에 도입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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