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 옆, 머리맡 탁자, 혹은 방 안 구석에 놓여 있는 인공방향제. 겉보기엔 분위기를 살려주는 소품이자 냄새를 잡아주는 필수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눈에 안 보이는 독성물질을 24시간 내뿜는 기계일 수 있다. 특히 수면 시간 동안 그 바로 옆에서 들이마신다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영향을 몸에 줄 수 있다. 인공방향제 대부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포함하고, 여기에 향료 성분을 고정하거나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추가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성분들이 미세하게 공기 중에 퍼지며, 호흡기를 통해 직접 체내로 흡수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밀폐된 실내, 특히 수면 중 무의식 상태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게 반복되면, 폐는 물론 심혈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여러 건 존재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은 호흡기만 공격하지 않는다
VOC는 말 그대로 휘발되는 유기화합물로, 눈에 안 보이는 상태로 공기 중에 퍼진다. 대표적으로 톨루엔,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물질들이 포함되며, 방향제에서는 이 VOC들이 ‘좋은 향기’라는 이름으로 퍼지게 된다. 그런데 이 물질들은 단순히 코를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서, 폐포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면 혈액으로 바로 흡수되어 전신을 순환한다.

그래서 코와 기관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심장, 간, 신장, 심지어 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혈관 내벽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거나,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일부 VOC는 국제암연구소(IARC) 기준으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기도 하며, 휘발 상태에서 장시간 흡입 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프탈레이트, 향을 머금게 하는 대신 호르몬을 망가뜨린다
인공방향제의 또 다른 주범은 ‘프탈레이트’ 성분이다. 이건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거나, 향이 오래 지속되도록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인데, 문제는 이게 강력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라는 거다. 프탈레이트는 체내에 들어오면 호르몬 수용체를 교란시켜 성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거나, 갑상선 기능을 억제하는 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임산부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태아의 생식기 발달 이상, 조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고,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 여성은 생리 불순이나 자궁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된다. 단순히 ‘향이 좋다’는 이유로 계속 흡입하는 순간, 몸속 호르몬 체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은 이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기 때문에 침실, 특히 머리맡에는 절대 두지 않는 게 좋다.

문제는 ‘장시간’, ‘수면 중’, ‘밀폐공간’이라는 조건이다
인공방향제가 유독 침대 옆에서 위험한 이유는 바로 사용 조건 때문이다. 실내 공간이 좁고, 창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사람은 그 공간에서 6~8시간 이상 숨을 쉬며 머문다. 낮 동안 일시적으로 지나치는 공간보다 훨씬 더 ‘밀접한 노출’이 일어나는 환경이다. 게다가 수면 중에는 호흡이 깊고 느려지면서, 미세입자나 가스 상태의 독성물질이 폐 깊숙이 흡입될 수 있다.
특히 폐포는 산소 교환을 위해 모세혈관과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휘발성 성분이 혈액으로 쉽게 전달된다. 이게 반복되면 밤마다 체내에 독성 물질이 축적되는 결과가 되고, 만성 피로, 두통, 호흡곤란, 심박 이상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워낙 애매해서 대부분 스트레스나 잠 부족 탓으로 넘긴다는 점이다.

향기보다 ‘공기 순환’이 더 중요하다
방 안을 상쾌하게 만들고 싶다면, 인공방향제보다 중요한 건 공기 흐름과 순환이다. 정체된 공기에 향을 덮어씌우는 건 냄새만 감출 뿐, 건강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자연 환기나 공기청정기, 식물 등을 이용한 실내 정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고, 인체에도 안전하다. 특히 잠자는 공간은 더더욱 무향이 원칙이어야 한다.
좋은 향기와 숙면은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뇌의 후각 자극은 수면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만약 꼭 방향을 하고 싶다면 천연 에센셜 오일 기반의 제품을 낮 시간 동안 짧게 사용하고, 절대 수면 중에는 작동시키지 않는 게 기본이다. ‘잠자는 동안은 회복 시간’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 공간만큼은 어떤 향도, 어떤 화학물질도 배제하는 게 결국 건강에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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